“현재 관세율로는 장사 못하죠. 하지만 이미 다양한 국가로 우회 수출 경로를 마련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닙니다.”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에서 원단부터 봉제까지 의류 사업을 하는 기업가 천모씨는 13일 기자에게 “몇개월은 한국이나 베트남 등 이미 뚫어놓은 공급망을 따라 수출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장 중국 중소·중견기업들이 미·중 관세전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피혁 같은 경우 미국이 수입하는 제품의 90%가 중국에서 나온다”며 “특이한 원자재를 빼면 거의 중국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미국 월마트 등에 각종 가죽 제품을 납품하는 미국 기업들이 초조해한다”고 덧붙였다.
의류와 장난감, 공구 등 중국 중소·중견 제조기업들은 미·중 관세전쟁 속에 비교적 태연한 모습이다. 미국이 부과한 대중 누적 관세율이 지난 11일부터 총 145%까지 치솟아 일부 타격은 불가피하지만 견뎌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기업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조금씩 미국이 아닌 다른 시장을 개척해 왔고 제품 경쟁력도 강화했다고 입을 모았다. 장난감을 제조하는 한 공장 관계자 역시 “기존에 네트워크가 있는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 출하량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터우에 있는 장난감 공장들은 당장 이달부터 미국 배송 물량 비중을 종전 50%에서 10~20% 수준으로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장성 이우에 본사를 두고 전문 공구 제조와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코난툴스의 왕샤오난 총괄매니저는 최근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해 매니저를 파견했다.
중국 정부도 발 빠르게 수출 기업의 제품을 자국 내 판매로 돌리는 신규 채널 구축 지원에 나섰다.
정부 방침에 따라 중국 프랜차이즈협회, 중국상업협회, 중국요리협회 등 중국의 대표 산업협회는 이날 공동으로 ‘내외무역 통합 촉진과 국내 시장 확대를 위한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중국 내 판매 채널이 아직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대외 무역 기업을 돕기 위해 상품 시장, 백화점, 슈퍼마켓 체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의 채널을 구축해주는 게 골자다.
중국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은 다음달 1일부터 수출 지향 제품에서 국내 판매로 전환하는 제품의 대량 조달에 2000억위안(약 35조19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