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리알화 가치가 달러 대비 15% 가까이 급등했다. 미국과의 비공식 핵협상이 “건설적이었다”는 평가가 확산하며 경제 고립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진 영향이다. 이란 내에서는 제재 해제를 통한 외화 유입과 투자 회복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협상에 대한 과도한 낙관을 경계했다.
15일(현지시간) 하메네이는 고위 관료들과의 회의에서 “국가 운명을 이 협상에 연결하지 말라”며 “레드라인을 명확히 하고 신중하게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상이 성과로 이어질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지나친 기대는 국내 정치 및 경제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2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첫 비공식 대면 협상을 했고 오는 19일 2차 회담이 예정돼 있다.
미국의 이란 제재 완화에 따른 외화 유입 기대가 시장에 반영되며 이란 리알화는 최근 달러 대비 뚜렷한 절상 흐름을 보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리알화 환율은 지난달 25일 달러당 103만9000리알에서 15일 88만5000리알로 하락했다. 이란은 미국에 금융, 에너지, 항공 등 핵심 산업에 가한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제재가 해제될 경우 “다른 명목으로 재도입하면 안 된다”는 점을 핵심 조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혼선을 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1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우라늄 농축도를 3.67% 이하로 제한하면 된다”며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 수준의 완화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불과 하루 뒤인 15일 위트코프 특사는 X에 성명을 올려 “이란은 모든 농축 및 무기화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하고 제거해야 한다”며 입장을 전면 수정했다. 그는 “이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한 원칙 위에서만 완료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합의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트코프 특사의 입장 선회에 대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이스라엘 정부 사이 정책 조율이 이 같은 발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소현/임다연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