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에 이어 로봇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산업이 AI에 이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 ‘국가 로봇 전략’ 시동
3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최근 주요 로봇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면담을 하고 로봇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복수의 소식통은 백악관이 내년 중 로봇산업 관련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 대변인은 “로봇공학과 첨단 제조업은 핵심 생산기반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데 필수적이며 정부는 여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소식통에게 밝혔다.
미 교통부 역시 연내 로봇공학 실무그룹 신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도 로봇산업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공화당은 최근 국방수권법 개정 과정에서 ‘국가로봇기술위원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런 움직임은 로봇공학이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AI 다음의 주요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로봇을 ‘피지컬 AI’(AI의 물리적 구현체)로 규정하며 AI 경쟁력 강화 전략에 로봇산업 육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당국에 전달해 왔다. 구글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한 로봇 스타트업 앱트로닉의 제프 카르데나스 CEO는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미국도 국가 로봇 전략을 마련하고, 급성장 중인 로봇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렌던 슐만 보스턴다이내믹스 부사장은 “첨단 로봇공학은 제조·기술·국가안보·국방·공공안전 등에서 미국에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며 “특히 로봇공학의 미래를 선점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로봇업계는 관련 공급망을 강화하고 로봇의 광범위한 확산을 지원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이나 연방 자금 지원을 바라고 있다. 또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지식재산권 관행에 대응할 무역 정책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로봇으로 번진 美·中 패권 전쟁
로봇산업은 이미 미·중 기술 경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훨씬 앞서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는 29만5000대로 전 세계 신규 설치량의 약 54%에 해당했다. IFR 추산 기준 2023년 중국 공장 내 산업용 로봇 보유량은 180만 대로 미국의 네 배에 달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절대 강자도 중국이다. 유비테크, 유니트리 등 중국 선두 기업은 이미 로봇을 산업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다수의 중국 스타트업은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점유율은 중국 30%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이어 미국 25%, 일본 10% 순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5%에 그쳤다.
중국이 앞서 나가는 배경으로는 탄탄한 제조 인프라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꼽힌다. 미국이 연구개발(R&D)에 치중하는 사이 중국은 강력한 제조 기반과 정부 보조금으로 상용화 속도를 대폭 높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2027년까지 세계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구축’을 목표로 하는 국가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는 AI·로봇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1조위안(약 208조5300억원)규모 기금 조성 계획을 밝혔다.
특히 중국의 공급망 경쟁력이 빠른 상용화를 이끌었다. 카메라·센서·배터리와 같은 전기차(EV) 부품이 로봇에도 쓰이면서 기술 확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EV 기업들은 로봇을 단순히 구매하던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직접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샤오펑은 2026년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생산을 목표로 한다. 중국은 이미 로봇 핵심 부품의 57%를 국산화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상태다.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 ‘로봇 올림픽’ 등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 로봇 하드웨어는 상당 부분을 일본 유럽에서 수입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강세다. 앨런 버든 호주 코보틱스센터 박사는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고성능 AI 제어 시스템에서 앞서 있다”며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비전 시스템부터 신경망까지 AI를 로봇의 모든 구성 요소에 통합하는 ‘풀 스택 AI’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로봇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장기적 정책 지원, 공급망 재편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시장조사 플랫폼 CB인사이트는 올해 로봇 분야 투자 규모가 23억달러(약 3조3800억원)로,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를 380억달러(약 55조9700억원)로 추산했다. 크누트센 세미애널리시스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따라잡으려면 국내 제조 역량이든 동맹국과의 공급망이든 강력한 산업 기반을 신속히 동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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