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6세대 전투기' 속도전…AI·드론군단 장착, '우주 항공모함'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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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6세대 전투기' 속도전…AI·드론군단 장착, '우주 항공모함' 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6세대 전투기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차세대공중우세(NGAD)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무려 5년 동안 극비리에 이뤄졌으며 2028년까지 약 21조원이 투입된다. 유무인 복합체계의 핵심인 6세대 전투기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드론 등 무인기를 지휘하는 ‘하늘 위 항공모함’으로 불린다. 20세기 전쟁사의 핵심이 바다 위 항공모함이었다면, 미래 전투에선 우주와 항공을 넘나드는 유무인 복합 전투기가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주방위군 창설한 미국

美·中 '6세대 전투기' 속도전…AI·드론군단 장착, '우주 항공모함' 뜬다

세계 패권 국가로 올라서기 위한 제1 조건은 상대방을 압도하는 군사력이다. 해상 전투의 개념을 완전히 바꾼 항공모함이 대표 사례다. 바다 위 공군기지로 불리는 항공모함은 수백㎞ 떨어진 곳에 접근해 공중 타격을 수행함으로써 전쟁사를 새로 썼다. 영국 등에서 선박 건조 기술을 배운 제국주의 일본은 항모를 이끌고 진주만을 습격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이 태평양 해상을 장악한 것 역시 미드웨이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항모 대결에서 승리한 덕이다.

전문가들은 21세기 무기 대결의 전장이 저궤도(LEO) 우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주와 하늘의 경계라고 할 수 있는 LEO엔 갈수록 많은 위성이 포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스타링크만 해도 7000개가 넘는다. 미래 전장에서 우주 전투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투기가 우주 근처까지 상승해 적의 위성 시스템을 교란하거나 파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투기가 LEO 근처까지 작전 범위를 확대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많다. 고고도에서의 기동성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기 밀도가 극도로 낮은 고도에서는 기존 전투기처럼 기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새로운 제어 시스템과 추진 기술이 필수적이다. 파일럿 생존성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경우 우주 근처의 저산소·고방사선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유무인 복합체계의 핵심인 6세대 전투기가 주목받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같은 배경에서 미국은 우주 전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주에서의 군사적 우위를 염두에 두고 2019년 우주방위군(space force)을 창설했다.

미·중 차세대 전투기 경쟁

6세대 전투기는 단순히 더 빠르고 강력한 기체가 아니라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중심에 둔 전장 네트워크의 허브다. 조종사는 지휘관 역할에 집중하고, 위험한 임무와 분산 공격은 무인기가 맡는 것이 기본 작전 개념이다. 레이저 등 신무기를 장착하고, 최첨단 항공전자장비와 초음속 성능을 갖춰야 하며, 전장 상황에 따라 유인 혹은 무인 운영이 동시에 가능한 가변성이 필수다. 6세대 전투기와 무인기 수십 대로 구성된 편대가 적진 한가운데로 날아가 집중포화를 쏟아붓는 영화 속 장면이 더 이상 허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미 공군은 6세대 전투기인 F-47을 2030년대 중반께 실전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2020년 모의 공중전 대회인 ‘알파도그파이트’를 통해 AI 항공기 기술을 시험했다. 미국의 중견 군수업체 헤론시스템스가 개발한 AI 알고리즘인 파이팅 팰콘이 다섯 가지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전투에서 인간 F-16 조종사를 상대로 5 대 0 완승을 거뒀다. 이 기능이 F-47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격은 대당 최대 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스텔스 성능을 대폭 향상한 6세대 전투기 개발을 가속화하며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중국의 국부로 여겨지는 마오쩌둥의 생일인 지난해 12월 26일 쓰촨성 청두 상공에서 엔진 3개를 장착한 신형 스텔스기의 비행 영상과 사진이 공개됐다. 삼각형 다이아몬드 동체에 꼬리날개가 없는 형태는 레이더 탐지를 피하고 공기역학적 저항을 줄여 고속 순항과 전투 반경 확대에 유리할 것이라는 군수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도 KF-21 업그레이드 전략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맹방인 유럽에 ‘안보 우산’을 거둘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6세대 전투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은 판버러 에어쇼에서 타이푼 전투기를 대체할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의 실물 모형을 공개하며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후 이탈리아와 일본이 합류해 글로벌 전투 항공 프로그램(GCAP)을 추진 중이다.

각국 주요 방위산업체인 BAE시스템스(영국), 레오나르도(이탈리아), 일본항공기술혁신공사(JAIEC)가 각각 33.3% 지분을 보유한 합작회사를 설립해 프로젝트를 공동 관리하고 있다. 2025년까지 기본설계를 마치고 2030년대 중반에는 시제기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은 미래 전투기 개발사업(FCAS)이라는 이름으로 스텔스, 무인기, 항속거리 증대에 초점을 맞춘 6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 중이다. 실전 배치는 2040년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일본의 행보다.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방위 협력에 의존해 온 점을 감안하면 유럽 국가와의 협력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도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을 기반으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2023년 4월 KF-21 제작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차세대 공중 전투체계 개발 추진전략’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초 양산 단계인 1단계에서 공대지 무장이 탑재되는 2단계, 스텔스 기능과 유무인 전투비행체계를 장착하는 3단계를 거쳐 ‌마지막 4단계에서 스텔스 기능을 최대로 갖추고 전투기 조종에 AI를 적용하는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나선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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