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이어 D램·HBM으로 … 독점적 기업에 자금 밀물
대규모 인프라 투자
대체불가 기술 효과
병목 현상 메모리에
AI 투자금 몰려들어
퇴직연금 자금 유입
ETF 거래도 대중화
AI 머니무브 가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올해 500조원, 내년 800조원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대체 불가능'한 독점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를 지닌 AI 반도체 기업이 영업 레버리지(Leverage) 효과에 힘입어 이익 성장세가 기하급수적이다. 이를 알아본 글로벌 유동성(Liquidity)은 증시로 물밀듯 유입되고 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왔던 국내 증시마저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려들며 주가 탄력이 강해지는 모습이다. 시중 자금은 '독점력' '강한 수요'를 바탕으로 이익 급성장세가 예상되는 기업을 찾아다니며 급격히 쏠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나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같은 연산 칩에 대한 투자 광풍이 최근 이어진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공급 부족(쇼티지)이 당장 보이는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간 상상을 초월하는 이익 증가세를 보였던 엔비디아가 주춤한 사이 내년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영업이익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공급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일제히 생산설비 증설에 나섰지만 단기간에 초과 수요 해소가 어렵다는 전망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이 구글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도 등장했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때문에 고정비가 큰 산업은 영업이익 레버리지가 커진다. 삼성전자가 2026년 1분기 전년 대비 매출은 68%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755%나 폭증한 것이 그 예다. 여기에 HBM을 비롯한 메모리에 록인 효과가 더해지면 과거 애플 아이폰이 생태계를 만들며 수많은 신규 수요를 파생시킨 것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AI 반도체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이익 급증세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는 유동성은 퇴직연금과 ETF가 핵심 축이다.
월급 일부를 자동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미국의 401K는 인덱스펀드 장기투자로 이어지면서 빅테크 주가를 안정적으로 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퇴직연금계좌에서 주식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6.5% 늘어나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보다 적극적인 주식 투자 수요가 증권사 계좌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들 AI 반도체 기업 주가를 끌어올리는 또 하나의 배경은 ETF를 매개로 한 손쉬운 AI 투자 환경이다. ETF는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담은 '주식 바구니'여서 ETF에 투자자 자금이 유입되면 자산운용사는 주식 현물을 매수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큰 비중으로 담은 ETF가 인기를 끌면 두 기업 주가도 상승 압력을 받는 선순환 구조다.
특히 D램 메모리와 낸드플래시는 올해 이익 성장률이 가장 가파른 산업으로 조망되면서 국내 증시는 물론이고 미국 증시에서도 관련 ETF가 상장되며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원래 경기 순환적 범용 제품으로 인식돼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 관심사 밖이었다. 그러나 AI 추론 시장의 급성장으로 메모리 공급난 현상이 심화하자 메모리 삼총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주가가 급등했고 최근 월가에서도 빠르게 관심을 키우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뉴욕 증시에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테마형 ETF '라운드힐 메모리 ETF(DRAM)'가 신규 상장했다. 미국 최초의 메모리 테마 ETF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포트폴리오의 약 절반이다. DRAM은 한국 개별 종목에 선별 투자하기 어려운 미국 개인들의 투자 수요를 자극했다. 상장 약 2주 만에 1조원 이상이 유입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에릭 밸추너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 ETF 연구원은 DRAM에 대해 "신흥 테마에서 전례 없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IBIT(블랙록의 비트코인 ETF)를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가장 성공적인 출시"라고 평가했다.
국내 ETF 시장에선 이미 두 대장주의 편입 비중이 높은 ETF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전체 시총의 40% 이상을 차지하므로 국내 증시에 포괄 투자하는 지수형 상품에 자금이 몰릴수록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는 오르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 합계가 50%에 육박하는 반도체 테마 ETF가 인기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TIGER 반도체TOP10'과 'KODEX 반도체'에 각각 3조6979억원, 1조1598억원이 유입됐다. 이 밖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연금계좌에서 100% 투자할 수 있도록 채권과 혼합한 ETF도 여럿 출시되는 흐름이다.
다만 이 같은 기대감으로 인해 시장의 유동성 쏠림 현상이 낳을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록인이 된 것처럼 보이던 반도체 수요처가 높아진 비용을 이유로 투자 속도를 늦추면 시장 기대감이 급속히 식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 1곳만 투자 속도를 늦춰도 반도체에서 전력, 냉각, 광전송에 이르는 전 산업에 연쇄 충격이 발생한다"며 "AI가 거시경제의 사실상 유일한 성장 동력으로 기능하는 가운데 빅테크의 투자 기조 변화, 효율화의 역설, 수익화 지연이라는 3대 리스크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현재 호황은 급속히 수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정재원 기자]




!['삼전닉스' 내세운 한국이…'TSMC' 가진 대만에 밀린 까닭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https://img.hankyung.com/photo/202604/01.42935489.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