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2일 수입차 관세(25%) 발표를 앞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미국에 1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췄다.
작년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171만대) 중 60% 가까이를 무관세로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빅3' 전략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시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을 열었다.
준공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 현대차그룹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 주지사와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앙헬 카브레라 조지아공대 총장, 조현동 주미 대사 등 한미 정관계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 24일 루이지애나에 미국 내 1호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립하는 등 4년간 21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HMGMA로 美 '빅 3' 승부수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과 기아 조지아 공장(KaGA)에 이어, 조지아주에 미국 내 세 번째 생산거점인 연산 30만 대 규모의 첨단 기술 기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결정하고 2022년 10월 첫 삽을 떴다.
HMGMA는 2024년 10월 아이오닉 5 생산을 개시했고, 2025년 3월 현대 전동화 플래그십 SUV 모델 아이오닉 9 양산에 돌입했다. 내년에는 기아 모델도 추가 생산 예정이다. 향후 제네시스 차량으로 생산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혼류(1개 생산 라인에서 2개 이상 차량 생산) 생산 체제 도입을 통해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종도 내년에 추가 투입함으로써 미국 시장 소비자들의 다양한 친환경차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목표다.
이번 HMGMA 준공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생산 10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2005년 앨라배마주에 현대차 공장을 가동하며 현지 생산 도전장을 내민 지 20년만이다. 추가로 향후 20만 대를 증설해 120만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00년 40만대 판매에 머물던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공장을 설립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2006년 75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 준공 이듬해인 2011년에는 113만대로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 전체 판매량이 170만8293대로 GM(제너럴모터스·270만대), 도요타(230만대), 포드(208만대)에 이어 2년 연속 4위에 올랐다.
HMGMA 30만대 규모지만 향후 50만대로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포드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HMGMA는 같은 조지아주에 있는 기아 조지아 공장과는 약 420km,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과도 약 510km 떨어져 있어 부품업체들의 안정적 공급처 확보가 가능하다.
배터리·강판·시트 등 모은 미래차 클러스터
HMGMA 전체 부지 면적은 1176만m2(약 355만 평)로 여의도의 약 4배에 달한다.
부지 내에는 '프레스-차체-도장-의장라인'으로 이어지는 완성차 생산공장뿐 아니라 차량 핵심부품 계열사 및 배터리셀 합작 공장도 함께 들어섰다.
HMGMA에 부품을 공급하는 인근의 국내 협력사까지 연계 ‘첨단 미래차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등 4개 계열사가 HMGMA 부지 내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연간 30만 대의 배터리 시스템 및 부품 모듈을 생산해 HMGMA로 공급한다.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생산거점 가운데 최대 규모다.
배터리 시스템은 전기 에너지를 공급하는 배터리팩과 배터리셀의 전류, 전압,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로 구성된 전기차 핵심 부품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부지 내 통합물류센터(Consolidation Center, CC)와 출고 전 완성차 관리센터(Vehicle Processing Center, VPC)를 운영한다. 자율비행 드론이 부품 재고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수요 기반 데이터를 통해 부품 수량을 예측함으로써 적기에 HMGMA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부지 내 조지아 스틸 서비스 센터(Steel Service Center, SSC)에서 경량화와 충돌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초고강도강 소재의 자동차용 강판을 가공해 HMGMA에 공급한다. 연간 자동차 20만대분의 강판 공급이 가능하다. 향후 HMGMA 증설에 맞춰 40만대 분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현대트랜시스는 탑승자의 신체와 가장 많이 닿으며 자동차 상품성을 결정짓는 주요 부품인 시트와 이를 지지하는 시트 프레임을 HMGMA에 조달한다. 연간 42만 대의 자동차에 고품질 시트 공급이 가능하다.
연산 30GWh 규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셀 공장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부지 내 건설 중이다. 약 36만대의 아이오닉 5에 배터리 공급이 가능한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HMGMA 완성차 공장, 계열사 및 합작사 건립을 위해 총 80억달러(약 11조7200억원)를 투자 중이다.
서배너(조지아주)=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