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트럼프 당선과 한국정치의 과제를 주재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24.11.12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과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21일 조사했다. 전날 서울시장 집무실, 공관 등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은 하루 만에 김 전 위원장까지 조사하며 오 시장에 대한 수사망을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위원장 조사와 확보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오 시장에 대한 대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 서울시청 압수수색 하루 뒤 김종인 조사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김 전 위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오 시장 관련 미공개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오 시장의 후원자 김모 씨가 3300만 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14일 오후 공천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창원교도소로 가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2024.11.14 뉴스1
검찰은 김 전 위원장이 2020년 11월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소개로 명 씨를 알고 난 뒤 수시로 현안에 대해 논의했고, 오 시장의 여론조사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명 씨는 김 전 위원장을 ‘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그가 오 시장을 서울시장으로 만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명 씨가 오 시장에 대한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김 전 위원장이 이를 받아 봤다”며 “명 씨가 비공표 조사를 수행한 이유는 김 전 위원장에게 보고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에 대해 상의한 적은 없다”고 반박해 왔지만, 검찰은 명 씨가 김 전 위원장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설문지를 사전 보고하고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사후 보고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위원장에게 명 씨와의 관계, 오 시장에게 명 씨의 비공표 여론조사가 보고됐는지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 조사업체 “여론조사 의뢰인 오 시장 같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 앞에서 금일 실시된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2023년 경남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김 전 의원 등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으면서 검찰의 ‘명태균 게이트’ 수사는 시작됐다. 사건 초반 9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던 검찰은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창원지검에 전담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창원지검은 명 씨와 김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며 1차 수사를 마무리하고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이후 수사팀은 명 씨를 비롯해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오 시장의 여론조사 대납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했다.검찰은 여론조사업체 피플네트웍스(PNR)의 서명원 대표로부터 “(보궐선거 당시 진행된) 미공개 여론조사 의뢰인이 오 시장 본인인 것 같았다. 명 씨가 오 시장을 도우려 수치를 높게 하려 한다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PNR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시행한 업체다. 검찰은 서 대표를 19일 조사했고, 보궐선거 여론조사 과정 등을 물었다고 한다.
검찰은 오 시장의 휴대전화 8대 등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조만간 그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내게 여론조사 결과가 전달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계좌 추적을 통해 총 5200만 원이 오 시장 측에서 명 씨 측으로 건너간 내역 등 오 시장의 주장과 배치되는 다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