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라피더스에 8조원 지원…반도체 부활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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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첨단 반도체 양산을 추진하는 자국 ‘반도체 연합군’ 라피더스에 최대 8025억엔(약 7조940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라피더스는 4월부터 2나노(㎚·10억분의 1m) 시제품 라인을 가동한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라피더스가 일본 반도체산업 부활을 이끌지 주목된다.

日정부, 라피더스에 8조원 지원…반도체 부활 속도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라피더스의 반도체 시제품 제조장비 구입과 생산 관리 시스템 개발 등을 위해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자금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9200억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의회는 라피더스 지원을 위한 관련 법안을 심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경제산업성은 라피더스에 출자 형태로 1000억엔을 별도 지원할 계획이다. 출자금까지 합친 지원액은 총 1조8225억엔으로 늘어난다.

라피더스는 2027년 양산까지 총 5조엔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정부 지원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지만 민간 출자는 73억엔에 그친다. 라피더스에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8개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앞으로 민간 지원과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가 주도해 2022년 설립한 회사다. 홋카이도 지토세에 공장을 마련해 1일부터 2나노 시제품을 생산한다. 그동안 미국 IBM이 기술 제공과 기술자 육성 등을 지원했다. 작년 12월 일본에서 처음으로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들여왔다.

글로벌 반도체업계는 2000년대 들어 거액의 설비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와 제조의 수평분업이 확산했다. IBM도 2015년 반도체 제조 부문을 분리하고 연구개발(R&D)에 전념했다. 자사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라피더스를 선택한 것이다.

일본은 2000년대 반도체 회로 미세화 경쟁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2나노부터는 기본 구조가 바뀐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일본이 세계를 따라잡을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를 예고하면서 일본에만 공장을 둔 라피더스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라피더스는 틈새시장을 찾고 있다. 제조 단계에서 웨이퍼 수십 장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기존 방식 대신 한 장씩 빠르게 처리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대량 주문을 넣는 미국 애플, 엔비디아 등과 달리 발주량이 적은 신흥 반도체 기업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라피더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영업 거점을 마련해 신생 기업 수요 개척에 나섰다. 엔비디아 대항마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의 웨이한 리엔 설계 담당은 “우리 같은 소규모 회사는 공급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라피더스가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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