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내 예선전 본격화
절대강자 없어 무한경쟁 예고
김문수 “나라 이대론 안돼”
李 불신하는 지지층 결집 노려
홍준표는 시장직 던지고 상경
한동훈 “분열을 넘어 치유로”
오세훈·안철수 금주 출마선언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진 가운데 국민의힘도 그간 애써 외면했던 대선 체제로 전환을 시작했다. 이른바 잠룡들의 대권 도전 선언도 차례로 이어질 전망이다.
압도적 주자가 존재하지 않는 당내 분위기로 인해 경선은 치열한 각축전이 예고된 상태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컷오프) 방식이 1차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조기 대선 일정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경선관리위원회를 이번 주 초반에 구성하고 후보 등록 개시를 공고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국정 운영에 공동 책임이 있는 여당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내놓으면서도 ‘이재명의 민주당’에 차기 정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불리한 지형을 돌파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에 열린 의총에서 “시간이 촉박하지만 절대로 물러설 수 없고 져서는 안 될 선거”라며 “피와 땀과 눈물로 지키고 가꿔온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험천만한 이재명 세력에게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의 당 현수막과 당 홈페이지도 지난 4일부터 ‘국민께 죄송합니다.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교체됐다.
주요 대권 주자들의 출마 선언도 이번 주부터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주자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뉜다.
홍준표 대구시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이철우 경북지사 등은 윤 전 대통령 지지층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하는 전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은 계엄 불법성을 인정하고 일어서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홍 시장이 가장 발 빠른 모습이다. 홍 시장은 이번 주 시장직 사퇴를 통해 사실상 대권 행보를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5번째 이사를 한다”며 “이번에는 마지막 꿈을 향해 즐거운 마음으로 올라간다. 그 꿈을 찾아 상경한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홍 시장 측은 여의도 대하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꾸릴 준비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은 홍 시장이 2017년에 대선 캠프를 꾸렸던 곳이며, 2022년에는 윤 전 대통령 캠프도 이곳에 입주한 바 있다.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김 장관은 전날 자신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이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김 장관은 “계획한 건 없다”면서도 국민의힘 입당 계획에 대해 “봐서 하겠다”고 얘기했다. 이 지사도 전날 페이스북에 “무너지는 나라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면서 “우리 당 경선도 ‘미스트롯’ 형식을 모방해 ‘미스터 프레지던트’라는 제목으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자유우파 승리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남기며 경선 출마를 시사했다.
당의 경선 로드맵이 확정되면 비윤석열계 성향 후보들도 일제히 출사표를 내놓을 전망이다. 한 전 대표 측은 “경선 일정 윤곽이 나오는 대로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분열을 넘어, 치유와 회복으로 가야 한다”는 글을 올려 공식 출마 선언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한 전 대표 역시 캠프 자리로 여의도 대하빌딩을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될 경우 홍 시장 캠프와 함께 ‘한 지붕 두 가족’의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
아울러 오 시장과 안 의원 역시 이번 주에 출마 선언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룰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20대 대선 때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차 컷오프에서 예비 후보를 8명으로 추렸다. 국민 여론조사 80%, 당원 선거인단 투표 20% 비율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2차 컷오프 때는 경선 후보를 4명으로 압축했는데 당원 비중을 높여 국민 여론조사 70%, 당원 선거인단 투표 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본경선에선 국민 50%, 당원 50%를 합쳐 최종 후보를 선출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지는 미지수다. 대선 기간이 짧은 만큼 최종 후보 선출까지 절차를 앞당겨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선 기간이 짧기 때문에 경선 룰을 바꾸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히려 경선 룰 변경이 후보들의 계획을 더 꼬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