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이 ‘결과 승복 메시지’ 진정성 여부를 따지며 여야간 설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헌재 선고와 관련해 직접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도 침묵을 지킬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7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헌재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당 공식 입장을 전일 밝힌 데 대해 “승복 메시지 관련 대통령실 공식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헌재 선고를 앞두고 별도 입장을 표명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신중하고 차분하게 헌재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것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면서 “이것이 당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앞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전 이미 여러 차례 헌재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말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일 여당의 결과 승복 메시지가 이어지는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구속취소로 석방된 이후 건강검진 등을 제외하고는 계속 관저에 머물며 메시지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주로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역시 내부적으로는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장 표명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탄핵 찬반 여론이 격화되면서 충돌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에서 여론을 주시하되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보는 최대한 자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에 대해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리자 대변인실을 통해 환영입장을 내며 기각 또는 각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복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관망세와 달리 국회는 서로에 대한 날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야 한다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전일 이 대표를 겨냥해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명확하게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은 결국 헌재를 겁박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채널A 유튜브에서 “민주공화국의 헌법 질서에 따른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발언했지만 직접적인 헌재 승복 메시지가 아니란 주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작금의 국가적 혼란을 멈추려면 정치권 탄핵 심판 선고에 제대로 승복해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비대위 이후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든 승복하자는 공개적 언급이 (국힘은) 있었다. 민주당이 정확히 어떤 정도로 얘기했는지 모르겠는데, 공식적인 승복 발언은 없었던 것 같다”며 “지금 굉장히 국론 분열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어 여야가 함께 승복한다는 메시지를 냈으면 좋겠단 제안이 있었다”고 전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승복 메시지를 최후변론 때 내는 게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이제까지 안 했다”며 “기각 결정이 나오면 복귀하시는 것이고, 인용 결정이 나오면 그 즉시 승복 메시지를 내주는 게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도리”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 대표도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앞서 한 이 대표의 발언이) 그냥 어물쩍 지나가는 멘트에 불과하다”며 “이 대표라는 사람이 워낙 말이 왔다 갔다 하니까 그 말을 신뢰하기 힘들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많은 공식적인 회의가 있는데, 유튜브에 출연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그게 진지한 태도라고 볼 수 있나”라면서 “다른 수많은 발언 기회가 있는데 국민 앞에 똑바로 공개적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왜 그렇게 이야기를 못 하나”라고 비판했다.
한편 헌재는 변론 종결 이후 선고기일을 통보하지 않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선고기일을 알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