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이배운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히려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커지며 관망세가 당분간 지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느 정권이 새로 들어서냐에 따라 부동산시장에선 탄핵보다 더 중요한 변수인 금리, 정책, 규제 등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나 수요자들이 당분간은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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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사진=연합뉴스) |
◇탄핵 영향은 미미…향후 집권당에 주목
6일 국내 주요 부동산전문가들은 대부분 탄핵 인용 자체는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탄핵 인용으로 오히려 부동산 시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단기적으로는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거래가 급감하면서 시장 전반이 관망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부동산 정책 윤곽이 그려지므로 대선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5월 말~6월 초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관련 공약과 정책 방향성 등의 윤곽이 나오기 전까지 내 집 마련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제한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 돼 당분간 주요 정당들의 대선공약 내용들을 분석하며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권 교체를 예상하고 ‘똘똘한 한 채’만 남기려는 움직임이 일 수 있단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정권이 교체된다면 문재인 정권에서 시행하다가 현재 답보 상태인 ‘공시지가 현실화 방안’이 재추진되면서 보유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특히 다주택자들은 가장 가치가 높은 한 채를 남겨놓고 처분(매각 또는 증여)하려고 하면서 비교적 입지가 떨어지는 쪽을 급매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집 마련을 계획하는 일부 대기 수요자들도 저가 매물 중심으로 거래에 나서면서 거래량이 다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수석은 “정권이 교체된다면 부동산 관련 세금 중 소위 부자 세금인 2주택자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은 강화될 가능성이 있고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추진 동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공급은 그대로…재초환 폐지 등 쟁점 사안은 올 스톱
다만 1기신도시 선도지구와 그린벨트 해제 등 8·8주택공급 대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공급은 여야 막론 국민의 주거권을 위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폐지이나 다주택자 세제혜택 관련법안 등 기존에도 여야 간 쟁점이 있던 법안은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공급확대 정책은 어느 정권이 들어오든 정책 방향이 유지 될 테지만, 재초환 폐지 등은 기존에도 이견이 컸던 만큼 올스톱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 수석은 “부동산 정책은 정권의 색깔보다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권이 교체되면 초기에는 공급 대책, 임대차시장 안정화에 정책이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김대중 정부는 IMF 이후 보유세 완화, 분양가 자율화, 전매 제한 해제 등 친시장 정책 시행 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맥락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른 속도로 과열됐던 만큼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지속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권 교수는 “시장 움직임 상 규제가 지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가격이 상승하면 어느 정권이고 토허제 확대나 대출 규제 강화 등 다른 규제 가능성도 있다”며 “또 미분양 등 가격이 하락하는 지역은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밀린 분양일정은 대선 이후 하반기 나올 듯
탄핵 정국 속 미뤄진 분양 일정들은 올해 하반기 집중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 낙인이 찍히게 되면 미분양 해소하는데 큰 걸림돌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해소 돼 수요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여름 비수기 이후로 물량을 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 수석은 “상반기까지는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과 여름철 비수기, 금리 인하 시점 지연 가능성 등으로 인해 분양 시장 역시 위축될 수 있다”며 “다만 올해 하반기, 특히 9월 이후 정치·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 시점을 중심으로 공급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반적으로 부동산이 침체하는 분위기 속에서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정책이나 규제의 변화가 시장의 반등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탄핵선고(또는 향후의 재선거)로 인해 연기되었던 분양물량이 시장에 나오긴 할 것”이라며 “다만 중장기적으로 탄핵선고든 대통령 재선거 여부나 집권여당 변동여부와 같은 정치적 변수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건설업황은 등락이 있고, 한번 방향성이 바뀌면 적어도 수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