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일 대통령실에 '특수활동비 백지 증액'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항의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막상 집권해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가 특활비 증액 요구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유 수석부대표는 "지난해 (민주당이) 대통령실 특활비 예산, 검찰 특활비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면서 '특활비 없어도 국정에 전혀 지장 없다'고 했다"며 "그런데 지금 와서 백지 증액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다수의 힘으로 대통령실 특활비를 증액하겠다는 것은 야당을 우롱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하며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지난해 대통령실 특활비 예산을 삭감하면서 '흥청망청 쓰는 권력 남용 예산'이라고 민주당 지도부가 밝힌 바 있다"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기준이 바뀐다면 국민이 용납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우상호 정무수석은 "상황이 어떻든 간에 저희의 입장이 바뀌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막상 운영하려고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인정했다.
우 정무수석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우리가 하는 일에 있어서 말 바꾸는 일 없도록 신중하게 해나가겠다"고 했다.
앞서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증액을 요구하며 "특수활동비는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활동 중 국익 및 안보 등과 연계돼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며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증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삭감 당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를 삭감했다고 국정이 마비되지 않는다"는 주장과는 상반된 주장이다.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도 "어디다 썼는지도 모르는 특수활동비를 삭감한 것인데 이것 때문에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당황스러운 얘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취임 한 달 만에 말을 뒤집은 민주당에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후안무치가 도를 넘고 상상을 초월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야당이던 지난해 11월, 2025년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대통령실 특활비 82억 51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며 "자신들이 여당이 되자 '특활비는 국익 및 안보 등과 연계돼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증액이 필요하다'며 91억 7700만 원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활동에 드는 경비가 왜 지금은 필요하고, 그때는 필요 없었나"라고 되물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또한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과거에 대통령실 특활비를 전액 삭감할 때는 그렇게 열을 올리면서 삭감하더니 이번에 올린 이유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라고 한다"면서 "그러면 다시 거꾸로 이야기해서 당시에는 원활한 국정운영을 하지 말라고 특활비를 깎은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1년 치 특활비 82억5000만원이 필요 없다고 전액 삭감하더니, 지금 반년도 안 남았는데 1년 치보다 더 많은 91억7000만원으로 증액해 달라고 하니 기가 찬다"고 꼬집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