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이 이번 주에 내려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나온 가운데, 여야는 사전 '승복 메시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당 공식 입장이라며 더불어민주당에 '여야 공동 승복 메시지'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승복 선언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승복 메시지를 내라고 압박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동도 하는데, 민주당은 이런 자세를 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위원장은 "민주당은 자신들의 폭주를 돌아보지 않고 대통령을 파면하라며 국민을 선동하고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데 온 힘 쏟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작금의 국가적 혼란 멈추려면 정치권이 탄핵심판 선고에 제대로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지금까지 8전 8패의 탄핵 선고 결과에 대해서조차 승복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 선고에 대해 과연 승복할지 의문이다. 지금 대한민국 최대 리스크는 단연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탄핵 심판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국론 분열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어서 여야가 함께 승복한다는 메시지를 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 (회의에서) 있었다"고 재차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승복 선언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헌재의 판결과 관련 "윤석열이 심판을 받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어떤 결정이든 간에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헌재의 판결은 단심제 아닌가,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며 "그러면 끝날 일이다. (내란) 가해자가 그 심판에 대해 어떤 결정이든 승복하고 수용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석방되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을 거론하며 "이 때문에 '모종의 사법 카르텔이 작동하는 게 아니냐', '어떻게 내란 우두머리로 구속된 사람이 풀려날 수 있냐'는 국민 분노가 크고 그 때문에 헌재 선고도 이상한 결정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편으로는 여당의 '승복 선언'이 진정성이 없다고 되받았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그동안 헌재 재판관에 대한 인신공격과 겁박 행위에 대해 우선 사과하라"고 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국민의힘의 헌재 결정 승복이 진심이라면, 괜히 민주당에 시비 걸지 말고 헌재 폭동을 부추기는 자당 의원들부터 자중시키고 징계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건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석방 후 지난 8일부터 한남동 관저에 머물고 있다. 탄핵 선고 전까지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어떤 공식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 심판 결과에 대해선 지난달 19일 "헌법재판소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며 "결정이 최대한 공정하고 적법하게 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헌재 인근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이어지면서, 정차권에서는 선고를 앞두고 윤 대통령의 '승복' 관련 메시지가 다시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헌재의 선고 이후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갈등이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사전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