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현직 대통령 첫 체포] 체포 집행 20분뒤 공수처 도착
재킷 차림 尹, 검사-경호관 동승… 수갑이나 포승줄은 사용 안해
하차때 옆모습만 살짝 노출… MB-박근혜땐 포토라인 메시지
15일 오전 10시 53분. 12·3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대통령경호처 방탄 차량이 정부과천청사 5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청사에 도착했다. 이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경호처 직원들의 분주한 통제와 안내를 받으며 외부인 출입이 차단된 5동 뒤쪽 출입구 앞 가림막에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윤 대통령은 곧바로 청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림막은 입구를 제외한 좌우 위쪽이 모두 막혀 있어 윤 대통령의 옆모습만이 취재진에 살짝 노출됐다. 가림막 틈 사이로 비친 윤 대통령은 셔츠에 남색 재킷을 입은 차림이었다.
● 공수처 검사가 차량에 동석… 수갑은 안 채워
불과 20분 전인 15일 오전 10시 33분경 공수처로부터 약 18km 떨어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선 공수처와 경찰 등이 구성한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15일 만,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 만이었다.체포영장 집행 2분 후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에선 윤 대통령을 태운 차량 등 경호차량 10대가 공수처를 향해 줄지어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압송차량이 아닌 경호차량을 타고 가겠다고 요청했다. 공수처는 현직 대통령 예우 차원, 대통령 신변 안전 등을 고려해 방탄 경호차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로 압송되는 동안 윤 대통령 옆 자리엔 공수처 수사팀 검사, 조수석엔 경호관이 착석했다. 다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수갑이나 포승줄을 채우지는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갑을 채우는 게) 의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로 출발하기에 앞서 경찰은 주변 도로의 차량 진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윤 대통령이 탄 차량은 차종, 외관이 같은 경호 차량 등 9대에 둘러싸여 한남2고가차도와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20분 만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 소속 경찰차 1대와 오토바이 2대 등으로 대통령 일행 차량에 앞서가며 이동 경로를 확보했다.정부과천청사로 들어선 윤 대통령이 탄 차량은 5동 공수처 뒤쪽 출입구 앞에 설치된 가림막 시설 안에 주차했고, 윤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공수처 338호 영상녹화조사실로 향했다. 오전 11시부터 윤 대통령은 헌정사 최초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 포토라인 없는 뒷문으로 출석윤 대통령이 곧장 조사실로 향하면서 공수처가 미리 준비해 둔 포토라인도 사용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출석에 대비해 5동 앞쪽 출입구에 포토라인을 설치했지만, 공수처가 윤 대통령 측과 협의 후 뒤쪽 출입구를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다른 사건에서도 피의자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뒤쪽 출입구로 출석할 수 있게 한 사례가 종종 있다. 가림막 시설 역시 윤 대통령을 위해 설치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서지 않으면서 이날 체포·압송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낼 기회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대신 ‘국민께 드리는 말씀’ 동영상을 통해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반발했다. 반면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두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 서 “국민들께 송구스럽다”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취지로 사과하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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