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을 맡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유흥주점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향후 재판 진행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제보의 신빙성과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우려와 함께, 국민의힘 측에선 "법관 겁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5일 국회 및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을 맡은 지 판사가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가) 수차례 고급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받았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았다"며 지 부장판사에 대한 감찰과 재판 배제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1인당 100~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그 판사가 돈을 낸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만약 관련 직무자가 술값을 냈다면 뇌물죄나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이상 접대를 받았다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작년 8월 지 부장판사가 이 술집을 방문한 사진까지 확보했다며, 법원행정처가 감찰에 나서지 않으면, 단계적으로 폭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종면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이 확보한 제보 사진에 지 판사의 얼굴이 선명하다. 사진이 찍힌 장소가 서울 강남의 최고급 룸살롱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해당 룸살롱 입구와 내부 사진도 공개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지 부장판사를 당장 내란 재판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증거도 없이 판사를 겁박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측의 의혹 제기가 "예전에 베네수엘라에서 법관들 압박하고 겁박할 때 쓰던 수법"이라고 말했다.
만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내란 재판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사실상 내란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윤 전 대통령의 사건뿐 아니라 관련 사건 배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아직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앞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경우 법무장관 재임 당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 2022년 김의겸 전 민주당 의원은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 전 대표와 윤 전 대통령,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30여명이 늦은 밤 청담동의 고급 술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으나, 수사 결과 제보자인 첼리스트가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 거짓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의혹이 일단락됐다.
지 부장판사는 현재 직접 입장을 밝히진 않은 상태다. 지 부장판사는 일부 언론에 "필요하면 법원 공보관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법사위에서 "금시초문이다. (사실이라면) 윤리감사실 (조사) 등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나름대로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한편 시민단체 등에서도 지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수사기관에서도 진상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