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란혐의 형사재판]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판
“내란몰이에 겁먹은 사람들 진술”… ‘檢 PPT’ 띄우게 한뒤 혐의 모두 부인
‘난센스’ 단어 6번 사용하기도… 조성현 “끌어내라 지시 받아” 증언
“몇 시간 만에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 해제한 사건을 내란으로 규정했다는 것 자체가 법리에 맞지 않습니다.”(윤석열 전 대통령)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과 윤 전 대통령은 이렇게 격돌했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 검사 12명이 출석해 67분의 프레젠테이션(PPT)으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조목조목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93분간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 尹, “계엄은 늘 준비해야 하는 것”먼저 검찰이 모두진술에 나서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검찰은 국회 봉쇄, 비상입법기구 창설 시도 등을 열거한 뒤 “위헌·위법한 포고령에 따라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정당제도 등 헌법과 법률의 기능 소멸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면서 “검사는 이와 같은 피고인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형법 87조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모두진술에 나섰다. 먼저 윤 전 대통령은 “수사 초기 내란몰이에 겁먹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유도에 따라 진술한 부분들이 검증 없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의 PPT를 모니터에 띄워달라고 부탁한 뒤 개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봄부터 계엄을 모의했다는 혐의에 대해 “정말 코미디 같은 얘기다. 계엄을 쿠데타, 내란과 동급으로 이야기하는 자체가 법적인 판단을 멀리 떠난 것이 된다”고 반박했다. 국방부 장관에 김용현 전 대통령경호처장을 임명한 것을 검찰이 계엄 준비 과정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도 “계엄은 늘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합동참모본부에 계엄과가 있고 그에 따른 매뉴얼이 있으며 여러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 ‘대국민 메시지 계엄’ 주장 반복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실체를 인정한 정치인 체포 지시 혐의도 부인하면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누구를 체포하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은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입법기구 내용을 담아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쪽지에 대해선 “과거 국가보위입법회의 같은 기구 창설을 검토하는 걸 경제부 장관에게 준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밝히는 등 ‘난센스’라는 단어를 이날 6번 썼다.
● “끌어내라 지시 받아”… 재차 인정한 조성현
양측의 모두진술 후엔 검찰이 신청한 조성현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육군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조 단장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김 대대장은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검사 질문에 각각 “그렇다”고 답했다. 조 단장은 헌재가 유일하게 직권으로 채택한 증인으로 탄핵심판에서도 같은 증언을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증인신문 순서에 문제가 있다”면서 반대신문을 21일 2차 공판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성현 증인은 (이 사건의) 공범인 피의자로 보인다”며 “(조 단장의 진술 조서는) 증거 능력이 없어 이를 제시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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