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호반 전선 구축?…한진·LS그룹 협력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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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호반 전선 구축?…한진·LS그룹 협력 강화한다

'원수의 원수는 친구'라는 속담처럼 한진그룹과 LS그룹이 협력에 나섰다.

한진그룹과 LS그룹이 동반 성장과 주주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 및 협업 강화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한진그룹과 LS그룹은 이번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각 그룹의 핵심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항공우주사업, 도심항공교통(UAM)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한진칼 주총서 반대표 던진 '호반'

하지만 대한항공 등 항공 운송이 핵심인 한진그룹과 전선과 변압기, 액화석유가스(LPG) 등 중후장대 기업인 LS그룹이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항공우주사업부 등 일부 제조사업이 있지만 핵심 사업은 아니다"라며 "사업군이 연관성이 없는 두 회사가 협력한다는 것은 다른 뜻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과 LS그룹이 호반그룹을 견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호반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호반건설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2대 주주(17.9%)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26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 참석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한진칼이 이사 보수한도를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한 것에 대해 호반측이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사실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한 반대로 해석된다.

한진그룹은 애초부터 호반그룹과 껄끄러운 관계다. 호반건설은 2022년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 약 14%를 매입했다.

KCGI는 2018년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고 2020년에도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잡으면서 분쟁에 참전했다. 다만 KCGI는 3자 연합이 와해되자 2022년 호반건설에 보유 지분을 매각했다.

호반건설이 앞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인 금호산업 인수를 타진했다는 점에서 언제든 항공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호반건설은 이후에도 2023년 팬오션으로부터 한진칼 지분 5.85%를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인 조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크게 줄인 상황이다.

LS전선과 기술탈취 소송 중인 대한전선

反호반 전선 구축?…한진·LS그룹 협력 강화한다

LS그룹과 호반그룹 간의 갈등은 관계사인 LS전선과 대한전선 간 분쟁에서 촉발됐다.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용·장거리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등을 생산하는 공장 설계 노하우가 설계사무소인 가운건축을 통해 대한전선에 유출된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 중이다.

해저용·장거리 HVDC 케이블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그리드 산업과 해상풍력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LS전선을 포함해 전 세계 6곳만 생산할 수 있다.

가운건축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LS전선이 강원 동해에 지은 해저케이블 1~4공장 설계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후 지난해 5월 준공한 대한전선의 충남 당진 공장 설계에도 참여했다. 경찰은 가운건축이 LS전선의 노하우가 담긴 공장 도면을 대한전선 공장을 짓는 데 활용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산업계에선 LS전선이 해저케이블 기술 개발에 1조원가량을 투입한 만큼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조(兆) 단위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호반그룹측이 지난 3월 LS그룹 지주사 지분 3% 미만 가량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의 갈등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됐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과 LS그룹이 단순 사업 협력 뿐만 아니라 상호 지분 인수 등을 통해 호반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보형/황정수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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