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에 북한군 신문 영상 공개하며
“북송 원치 않으면 다른 방법도”
우크라 체류-한국행 지원 시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 쿠르스크에서 생포했다고 밝힌 북한군 2명의 신문 영상을 공개하며 한글로 ‘북한과 우크라이나 포로 교환(사진)’을 제안했다. 그는 또 북송을 원치 않는 북한군은 송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에 한글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추진할 경우에만 북한 군인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생포한 (북한) 병사들 외에도 의심할 여지없이 다른 병사들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북한군 포로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으로) 귀환을 원하지 않는 북한 병사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포로가 된 북한군이 북송을 거부하고 대규모 사상자 발생 등 처참한 파병 현실을 제대로 알리면 우크라이나 체류나 한국행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X와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우크라이나가 20세 북한군이라고 밝힌 군인은 손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운 채 조사를 받았다. 한국어를 하는 남성의 도움으로 소통했는데, 우크라이나 정보당국(SBU)은 앞서 국가정보원의 한국인 통역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머뭇거리다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물었다. “좋다”는 대답에 그는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최대한 여기서 살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설명에 그는 “집에는 안 보내주겠죠”라고도 물었다. 또 ‘집에 가고 싶은가’란 질문엔 “가라면 가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우크라이나에 남으라고 하면 남겠느냐는 질문엔 고개를 끄덕였다.이 남성은 ‘지휘관들은 (당신이) 누구와 싸운다고 했느냐’는 질문엔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지휘관들이) 했다”고 답했다. 인권 전문가들은 북한군 포로의 북송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재영 탈북민인 박지현 씨는 지난해 11월 주프랑스 한국대사관과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가 파리에서 공동 개최한 북한 인권 세미나에서 “향후 북한군 포로가 제네바 협약에 따라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처벌받을 것이며, 그 가족들도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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