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축구 클럽팀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참가를 위해 한국 땅을 밟는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사실상 단절을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방남이다.
○선수·스태프 등 39명 방남
4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17일부터 24일까지 경기 수원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파이널 2026 참가를 위해 입국할 예정이다. 방남 인원은 선수 27명(예비선수 포함)과 스태프 12명 등이다.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는 아시아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여자 클럽 대항전이다. 각국 리그 우승팀이 참가해 아시아 최강 팀을 가린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12년 창단된 평양 연고 팀으로, 북한 소비재 기업 '내고향'의 지원을 받는 구단이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위민과 준결승을 치른다. 양 팀은 조별리그에서 이미 한 차례 맞붙어 북한이 3대0으로 승리한 바 있다. 결승전은 2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북한 선수단의 방남은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7년 5개월 만이다. 특히 북한 여자축구팀의 국내 방문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약 12년 만이다. 남북 체육 교류는 1990년 통일축구대회를 시작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단일팀 구성까지 이어졌지만, 이후 관계 경색과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양국 교류 아닌 국제대회 참가 성격"
이번 방남이 주목되는 것은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방남은 '우리는 더 이상 한민족이 아니며 적대국인 한국과도 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국가'라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시도"라며 "남한을 외국처럼 대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 새로운 대남 노선이 이행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번 방남을 양자 교류가 아닌 국제대회 참가라는 틀에서 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2023년 이후 국제 스포츠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고 여자축구 성적도 우수한 만큼, 준결승에 진출한 상황에서 국제경기 일환으로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기 역시 남북 국가 간 대항전이 아닌 클럽 대항전 성격에 맞춰 진행된다. 경기장 내 국기 게양이나 국가 연주는 없을 방침이다. 한반도기 역시 국제축구연맹(FIFA)과 AFC 규정상 정치적 표현으로 간주돼 경기장 반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치·군사적 채널이 차단된 상황에서도 국제 스포츠라는 규범 아래 선수단이 오가는 것은 최소한의 연락 체계와 안전 보장 장치가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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