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이 7년 내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산 철강재 범람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열연강판, 후판 등 철강산업의 주요 제품군에 악영향이 지속될 전망이다.
13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철강재는 877만t으로 전년(827만t)을 넘어섰다. 2017년(1153만t) 후 최대다. 다만 전체 수입 철강재는 1469만t으로 전년(1554만t)보다 5.4% 감소했다. 국내 경기 둔화와 함께 주요 수입처인 일본산 철강재가 같은 기간 560만t에서 472만t으로 15.7% 줄어든 여파다.
지난해 중국 철강 업체들은 한국으로 물량을 밀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 중국 및 일본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제재를 요청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조사에 나서자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유통시장에서 중국산 후판은 국산보다 20%, 열연강판은 5~10% 저렴하게 팔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철강업계의 위기가 더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오르는 등 국내 철강사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버티기’에 매진 중인 국내 철강사가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건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효과뿐이다. 올해 중국 내 철강 소비량은 전년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현지 정부의 부양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올라오면 철강재 수출량이 꺾일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산 철강재 범람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는 앞으로도 국내 철강업계를 괴롭힐 전망이다. 포스코, 현대제철이 체질 개선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로 새 시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해결책도 마땅치 않다. 열연강판 반덤핑에 나서면 일본 철강업계도 한국산에 상계관세 부과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일본철강연맹은 최근 이례적으로 “해외 철강재 수입 증가에 따라 반덤핑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일본산 열연강판은 1조7000억원어치 수입한 반면, 국내 철강사가 일본에 수출한 규모는 약 5조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은 통상 마찰을 줄이기 위해 규모가 작은 최종 제품부터 단계적으로 반덤핑을 부과한다”며 “철강 관세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