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망원경 안돼"…美, 남미 우주사업 견제에 천문학계 '발칵'

1 week ago 5

출처=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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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중국 망원경 사업을 막아 세우면서 남미 안데스 천문 관측지가 미중 전략 경쟁의 충돌 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압박이 과학 협력 사업과 연구 일정까지 흔들면서 현지 천문학계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1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산후안 주 세스코 천문대에 들어선 중국 전파망원경은 당국이 완공 절차를 멈추면서 방치돼 있다. 중국에서 볼 수 없는 하늘 절반을 관측할 수 있는 입지에 세워졌지만 핵심 부품이 빠진 상태로 거대한 안테나만 하늘을 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남미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던 이 사업의 최종 핵심 부품 일부는 약 9개월째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 세관에 묶여 있다.

아르헨티나 내각수석실 문건에는 중국과의 계약 갱신 과정에서 절차 위반이 발생해 사업을 더 진행할 수 없었다고 적시됐다. 다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미국의 외교적 압박이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당국자들은 "이 망원경이 미국 위성을 추적하고 중국 위성과 통신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아르헨티나 측에 거듭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압박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시작돼 도널드 트럼프 현재 행정부에서도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서반구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수정된 먼로 독트린을 집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번 주 베이징에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서도 중남미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은 중남미 여러 나라의 핵심 교역 상대국이며 과학·안보 협력망도 넓히고 있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중국의 기존 우주 인프라도 있다. 중국군은 2015년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사막의 네우켄주에 5000만달러 규모 위성·우주 임무 통제기지를 건설했고, 아르헨티나는 해당 부지를 50년간 무상 제공했다. 이에 미국의 대중 강경파는 이 기지를 아르헨티나가 중국 영향권으로 끌려 들어가는 상징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정면 반박하고 있다. 주아르헨티나 중국대사관은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고 탄압할 구실을 찾고 있다"며 해당 사업은 아르헨티나와 중국의 과학 발전, 더 나아가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라고 주장했다. 칠레 산티아고 주재 중국대사관도 지난해 아타카마 사막의 중국 천문대 사업이 중단됐을 때 미국 역시 칠레에서 망원경을 운영한다며 이를 "헤게모니의 노골적 발현"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미국도 남미에서 NASA 우주기지 등을 통해 상당한 천문·위성 추적 인프라를 운영 중이다.

세스코 천문대는 1960년대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협력으로 문을 열었고, 독일·러시아·브라질 기관의 망원경이 들어서 있으며 텍사스대와의 새 망원경 건설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업은 이 국제 협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중국·아르헨티나 전파망원경 사업은 약 15년 전 시작된 3200만달러 규모 투자로, 지름 130피트 안테나를 통해 별과 먼 은하의 탄생을 연구하는 계획이다. 2019년 인류가 처음 블랙홀 이미지를 포착한 것도 이런 전파망원경 덕분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칠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타카마 사막의 중국 우주 관측소는 소행성과 은하외 폭발을 감시할 100대의 망원경을 설치하고 칠레 연구진에게도 매달 이틀씩 사용권을 주는 계획이었지만, 미 당국자들의 압박 끝에 사업이 중단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주칠레 미국대사였던 버나뎃 미핸은 "자신이 칠레 정부 최고위층에 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 사업을 막는 것이 미국 정부에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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