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증시가 연초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최근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와 내수 경기 불안이 겹치면서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19일 종가 기준 3426.43으로 올해 고점을 기록했다. 한 달여가 지난 4월 11일 고점 대비 5% 빠진 3238.23로 마감했다. 연초 AI 테마주 기대감에 따른 상승분이 대부분 사라졌다.
중국판 'M7'으로 불리는 알리바바, 비야디, 텐센트 등이 포함된 홍콩 항셍테크지수도 4월 11일 기준 4900.43으로 마감하며, 올해 고점(3월 18일 6105.50) 대비 19.7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4300선과 비교하면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한 셈이다.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에서도 중국 증시 변동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합성)'는 9.5% 하락하며 국내 ETF 중 낙폭 5위를 기록했고, 'ACE 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합성)' 역시 8.8% 떨어졌다. 두 상품 모두 CSI300 지수의 2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중국 본토 대표 종목들의 급락세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반면 1월 말 발표된 '딥시크 효과'가 반영된 2월에는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다.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는 52.58% 급등하며 국내 ETF 중 수익률 1위를 차지했고,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와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도 각각 35.93%, 34.88% 상승하며 상위권에 안착했다.
중국 주식시장이 기술주 중심으로 상승하자 국내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에도 변화도 감지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에는 중국 주식을 약 30만달러(약 4억4000만원) 규모로 순매도했으나, 2월에는 2000만달러(약 295억원)를 순매수했다. 이어 3월에도 1000만달러(약 147억4000만원)어치를 추가로 사들이며 매수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조정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책적 대응과 산업별 회복 여지를 고려하면 중국 증시가 저가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선영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관세 영향으로 연초 상승폭이 대부분 반납됐지만, 주식시장과 개인투자자의 높은 비중 특성상 변동성은 불가피한 구조”라면서 “AI 부양정책과 내수 촉진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테크주와 소비주로 관심이 양분되며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설화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 수년간 경기가 바닥에 있었고 주식시장 및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이 충분히 진행되어 매크로 하방 위험도 제한적”이라면서 “미중 마찰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는다면 단기 조정 후 중국증시는 산업별 핵심 기업 중심으로 매매 기회가 발생할 것”이라 짚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