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로봇청소기가 시장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5위 스마트폰 업체인 중국 비보가 가정용 로봇 사업 진출을 선언해 주목된다. 세계 1~2위 인구 대국인 중국·인도와 신흥시장 동남아시아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가정용 로봇 분야에 속도를 낼 경우 경쟁력 있는 업체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비보는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독립적인 로봇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후 바이산 비보 총괄부사장은 보아오포럼 첫날인 지난 25일 별도 세션에서 진행된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비보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통합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 두 영역을 잇는 가교 역할을 스마트폰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후 부사장도 당시 연설에서 "휴대폰이 수십년간 새로운 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비보는 두뇌(AI)와 시각(Vision·비전)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R&D)을 진행한다. 연구개발로 축적한 기술력을 발판 삼아 가정용 로봇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구상이다. 개인·가정용 로봇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 시장에 집중한다는 목표다.
비보는 로봇공학연구소 설립 발표와 함께 인재 확보에 나섰다. 채용 대상은 로봇공학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연구팀을 이끌 능력을 갖춘 수석급 공학자다.
다만, 당장 전신 하드웨어를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과 같은 형태는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 후 부사장은 2023년 12월 비보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연설에선 AI와 비전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비보가 별도 연구소를 설립할 정도로 속도를 내면서 업계 안팎 시선도 집중되고 있다. 비보는 이미 중국·인도 등 인구 대국뿐 아니라 동남아 같은 신흥시장에서 스마트폰을 앞세워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가정용 로봇 제품을 적기에 선보일 경우 수요를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나릴스에 따르면 비보는 지난해 중국에서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으로 17% 점유율을 차지해 선두를 달렸다. 동남아에선 전년보다 1%포인트 늘린 13%로 5위를 기록했다. 특히 인도에선 2023년만 해도 선두였던 삼성전자를 지난해 3위로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선 전 세계 점유율 9%를 차지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일찌감치 가정용 AI 솔루션에 주력해 왔다. 삼성전자는 가정용 집사 로봇 '볼리'를 올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볼리는 노란색 공 모양으로 생긴 AI 로봇으로 집 안에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제어하거나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튼과 조명을 제어할 수 있고 일정·날씨도 근처에 화면을 띄워 알려준다. 반려동물을 보살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모든 작업은 음성명령으로 통제할 수 있다.
LG전자는 AI 자율주행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가정용 로봇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가정용 로봇이 AI 통해 가족 구성원의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맞춰 가전제품과 서비스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올 초 공개한 이동형 AI홈 허브 'Q9'가 대표적이다. Q9는 두 다리에 달린 바위와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집 안을 이동하면서 사용자와 소통하고 가전·IoT 기기를 연결·제어한다. 이 제품은 연내 출시 예정이다.
비보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다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가정용 로봇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봇 기술로 일상생활을 향상시키는 변화를 일으킬 제품을 선보이겠단 목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