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0.1%P 인하 후 유지
올해 내수살리기 효과 반영
무역전쟁속 美국채 매도
中보유량 16년만에 최저
중국이 20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했다.
내수 진작을 위한 금리 인하 기조 속에 지난달 소비 지표가 예상을 웃돌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특히 미국과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이날 LPR 1·5년물을 각각 3.0%, 3.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말 중국 당국은 올해 거시경제 기조로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설정했다. 그러다 지난 2월 미국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수출길이 좁아지자 내수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열린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올해 정부의 10대 중점과제 중 첫 번째로 '내수 확대'를 꺼내들었다. 당시 리창 국무원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소비'라는 단어만 31번 언급했다. 작년보다 10번 더 외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국무원은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30개의 포괄적인 항목으로 구성된 '소비 진흥 특별 행동 방안'을 발표했다. 가계 소득을 늘리고 재정 부담을 줄여 소비 잠재력을 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주요 행동 방안엔 '연차·유급휴가 보장' 등이 담겼다.
게다가 지난달엔 7개월 만에 1·5년물 LPR을 0.1%포인트씩 인하했다. 이러한 조치 덕분에 지난달엔 소비가 회복세로 돌아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6.4%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5.0%)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올해 상반기 최대 쇼핑 축제인 '618' 행사의 영향이 컸다. 올해 618 행사에 참여한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총 거래액은 8556억위안(약 163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4월 미국 국채 보유량은 전월보다 82억달러 줄어든 7570억달러(약 1034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으로 2009년 3월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라고 SCMP는 짚었다. 만약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대규모로 미국 국채를 매도하면 국채 가격이 폭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수출길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과 남미, 중동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유럽연합(EU)과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다음달 24~25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에 관한 협의와 함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문제도 논의할 전망이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