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 세미나
중국 제조업, 공급망 영향력 확대
공산품, 부품 수출 점유율 美 압도
“협력 분야 살리고 경쟁 분야 관리해야”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 제조업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을 단순한 경쟁 상대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의 공급망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산업별로 경쟁할 분야와 협력할 분야를 나눈 정교한 대중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고려대학교 미래성장연구원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대중 전략’ 세미나에서 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장은 “미·중 패권 경쟁 심화는 한국 기업과 산업에 전략적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며 “미·중 경쟁의 파장이 우리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 앞에서 더는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을 넘어섰고, 지속해서 격차를 벌려왔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8.9%로, 미국(17.2%)을 1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세계 공급망 내 위상은 오히려 강화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글로벌 제조기지 역할과 공급망 영향력도 강화되고 있다. 특히 중간재와 부품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커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중국의 글로벌 공산품 수출 점유율은 19.1%로 미국(6.7%)과 한국(3.5%)을 크게 웃돌았다. 글로벌 부품 수출에서도 중국의 점유율은 22.4%에 달했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전문가들은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을 ‘경쟁적 협력자’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한진 한국외대 교수는 “‘경쟁적 상호의존‘이 한중 관계의 본질”이라고 짚었다. 의료, 바이오헬스, 그린에너지, 수소 등 협력 확대가 가능한 분야는 협력을 넓히되, 배터리·전기차·반도체 소재·부품·장비처럼 경쟁과 협력이 맞물린 분야는 리스크를 따져 제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초청연구위원도 “한국과 중국이 모두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 내 교역이 전체 한중 교역의 58.8%를 차지하는 등 양국은 여전히 강한 보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같은 산업 안에서도 양국의 생산망이 맞물려 있어 한중 교역을 단순한 경쟁 관계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중국을 수출시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혁신을 시험하는 무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례로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을 전기차 연구개발 거점으로 삼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도 경쟁이 치열한 중국 시장에서 신기술을 시험하고, 이를 세계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경제 전략도 미국과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연구위원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른바 ‘안미경중’ 구도에서 벗어나, 경제 협력 대상을 세계 주요국과 신흥시장으로 넓히는 ‘안미경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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