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8종 수입사에 면세 통보
트럼프 “시진핑 전화 받았다”
중국이 반도체와 의료 장비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125% 보복관세를 철회했거나 철회를 검토 중이라고 CNN과 로이터통신 등이 25일(현지 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어떤 관세 협상에서도 군대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방위비 분담을 관세 협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메시지 이후 중국이 한 발짝 양보한 가운데 미국도 통상과 안보를 분리해 협상하자는 한국, 일본 등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25일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상무부의 태스크포스(TF)가 관세 면제를 위한 목록을 작성 중이며, 기업들에 필요한 (면세) 품목 제출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아직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은 가운데 이미 일부 중국 기업들은 당국으로부터 면세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NN과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메모리 칩을 제외한 8종의 미국산 반도체 집적회로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가 철회된 사실을 관련 기업들이 세관 신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해당 8종의 품목에 대해선 이미 납부한 관세도 환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 인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향후 2, 3주 이내에 중국에 대한 관세 수준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답하는 등 유화 메시지를 냈다. 그는 25일 공개된 미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그게 그(시 주석)의 약함을 보여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中, 의료장비-에탄도 보복 철회 검토… “통상전쟁 최악 벗어난 듯”
[한미 2+2 통상협의]
中, ‘125%’ 대미관세 일부 철회
트럼프 “관세와 軍문제 연계 안해”
韓-日의 ‘투 트랙’ 요청 받아들여
마이클 하트 주중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 정부가 미국에서 수입하지 않으면 중국 내 공급망이 끊기는 품목이 무엇인지를 회원사들에 물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전날 중국 상무부는 자국 내 80여 개 외국 기업, 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어 미국산 수입 관세가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일부 품목 면세는) 미중 통상 전쟁을 진정시키기 위한 진전으로, 이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중국이 125%의 보복 관세 철회를 검토하는 미국산 제품에는 의료 장비, 에탄 등 산업용 화학물질, 액화천연가스(LNG), 항공기 임차료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제품은 기존에 수입하던 미국산을 다른 나라 제품으로 당장 대체하기가 어려운 품목들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으로 일부 공장이 미국산 에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중국이 관세 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131개 품목 목록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국 화타이증권에 따르면 이 목록에 포함된 품목들의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 450억 달러(약 64조7000억 원)에 달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노르웨이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군대(military)는 우리가 다룰 또 다른 주제이나, 그 어떤 관세 협상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5일 타임 인터뷰에서도 “(비관세 장벽 등) 상대 국가가 우리를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따라 관세를 정할 것”이라며 “군사비 문제는 별도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앞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한 직후 ‘원스톱 쇼핑’이란 표현을 쓰며 관세와 안보 현안을 묶어서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통상 협상에서 관세와 방위비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방식을 선호해 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 한국, 일본의 ‘투 트랙’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한미 통상 협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측에서) 방위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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