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석유수출국기구 탈퇴”…원유 생산 독자노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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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OPEC·OPEC+ 전격 탈퇴 선언
“자국 생산능력 검토후 국익 기반해 결정”
사우디 주도로 생산량 일방 조정에 불만
산유국 증산 경쟁땐 유가 하락-금융 혼란

지난달 14일 이란발 드론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유 시설에 충돌한 뒤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후자이라=AP 뉴시스

지난달 14일 이란발 드론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유 시설에 충돌한 뒤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후자이라=AP 뉴시스

원유 생산량 전세계 7위 수준인 아랍에미리트(UAE)가 다음 달 1일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에서 탈퇴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의 여파가 에너지 위기에서 OPEC 갈등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UAE가 OPEC에서 나와 증산을 시작할 경우 유가 하락으로 인한 금융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현지 시간) UAE 국영 통신사 왐(Wam),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UAE는 다음 달 1일부터 OPEC과 OPEC+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UAE 에너지 당국은 “UAE의 생산 정책과 생산 능력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 후 국가 이익에 기반해 탈퇴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뉴시스
현재 OPEC, OPEC+ 체제를 주도하는 국가는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다. 이 기구를 통해 원유 생산량, 각국의 생산 상한 등을 조정한다. UAE의 경우, 석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이 UAE 국내총생산(GDP)의 75%를 차지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제한되면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UAE는 홍해 지역 등을 중심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패권 경쟁을 벌여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예맨 내전에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각각 다른 세력을 지원했고, 이는 양국 갈등과 긴장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2월 벌어진 중동 전쟁은 기름을 부은 계기가 됐다. 외신에 따르면 중동 전쟁 탓에 3월 OPEC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788만 배럴 감소하며, 최근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공급량 붕괴가 발생했다. OPEC의 3월 생산량은 그전보다 27% 감소한 하루 2079만 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의 감소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이란의 공격으로 석유 인프라 시설이 일부 파괴된 UAE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기타 중동 국가들이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외교 고문은 최근 이란의 공격에 대한 걸프 및 아랍 파트너 국가들의 정치적, 군사적 대응이 예상보다 미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물류적으로는 서로를 지원했지만, 정치적, 군사적으로는 역사적으로 가장 취약한 입장에 있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달 1일 아랍에미리트(UAE) 후자이라의 원유 시설에서 연기가 치솟는 모습. 후자이라=AP 뉴시스

지난달 1일 아랍에미리트(UAE) 후자이라의 원유 시설에서 연기가 치솟는 모습. 후자이라=AP 뉴시스
전세계 원유 생산량 1위 국가인 미국이 원유 생산을 최근 몇년간 늘리면서 중동 국가, 특히 OPEC 회원국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된 것도 UAE 탈퇴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UAE 입장에서 OPEC 회원국으로 남아있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약해진 것이다.UAE의 OPEC 탈퇴로 중동 산유국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967년 OPEC에 가입한 UAE는 올 2월 기준 OPEC 회원국 중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 이란 반다르아바스 항구 전경.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치솟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유예 조치로 이란은 최대 140억 달러(약 21조 원)에 달하는 예기치 못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게티이미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 이란 반다르아바스 항구 전경.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치솟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유예 조치로 이란은 최대 140억 달러(약 21조 원)에 달하는 예기치 못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게티이미지
글로벌 에너지시장 조사 기관 리스타드에너지 소속 분석가 조지 레온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UAE의 탈퇴는 OPEC에 있어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UAE는 의미 있는 예비 생산 능력을 보유한 몇 안 되는 회원국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OPEC의 구조적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OPEC에서 탈퇴한 UAE는 생산량을 늘릴 동기와 능력을 모두 갖게 된다”고 전망했다.

UAE의 탈퇴를 지켜본 다른 회원국들이 저마다 증산을 위해 잇달아 연쇄 탈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어지겠지만, 이후 금융 시장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UAE는 증산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UAE는 “OPEC에서 모두의 이익을 위해 상당한 공헌을 했고, 더 큰 희생을 감수하기도 했다”며 “이제는 국가의 이익과 투자자, 고객, 파트너, 그리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밝히며 사실상 증산을 기정 사실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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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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