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화제 연극 '셋톱박스'
존재가 아닌 기록이 진실 규정
비대면 소통의 불완전함 그려
2024년 대학로 화제작이었던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연극 '셋톱박스'가 2026년 명동예술극장의 문을 연다.
'셋톱박스'는 김승철 아르케 대표가 2020년 직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주인공 '남자'는 고단한 회사 생활과 끝이 보이지 않는 결혼 준비로 퇴근 후 집에서도 좀처럼 쉼을 얻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실제로는 사용한 적 없는 TV 시청 요금 통지서까지 날아든다. 항의 전화를 건 '남자'는 통신사 상담원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지만 말은 번번이 엇나간다. 소화되지 않은 음식으로 복통은 심해지고, 통신사는 "셋톱박스에서 신호가 잡힌다"는 이유로 요금 취소를 거부한다. '남자'의 고통과 통신사의 무심함이 충돌하는 가운데, 극은 점차 초현실적인 국면으로 치닫는다.
작품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됐던 시기, 작가가 실제로 겪은 통신사와의 부조리한 통화 경험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체험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진실'은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존재에 대한 '기록'에 의해 규정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2023년 초연 당시 '셋톱박스'는 라이브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로 주목받았다. 통신사 상담원과의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과 오해를 특수효과가 입혀진 라이브 영상으로 시각화하며 비대면 소통의 불완전함을 무대 위에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이후 2024년 한 차례 더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을 올렸다.
국립극단은 이 작품에 대해 "비대면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록과 정보로 스스로를 입증해야 하는 시대, '나' 자체가 아닌 '기록된 정보'가 '나'가 돼버린 동시대의 풍경을 웃기면서도 아프게 담아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언택트 문화가 앞당겨진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고 덧붙였다.
연극 '셋톱박스'는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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