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차미호의 유쾌한 여정
8월 24일까지 대학로 TOM서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연예인 뺨칠 정도로 화려하고 우아하다. 각자 추구하는 가장 멋진 모습으로 편집돼 등장하니까. 그런데 어느 날 SNS 속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현실로 튀어나와 말을 건다면 어떨까. 뮤지컬 '차미'는 이런 엉뚱한 상상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이며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대학로 대표 뮤지컬 '차미'가 3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에 지친 청춘 차미호는 SNS 계정을 통해 완벽한 자신을 연출하며 살아간다. 보정된 사진, 꾸며낸 일상, 이상적인 성격으로 탄생한 그의 또 다른 자아는 어느 날 현실로 등장해 진짜 차미호를 혼란에 빠트린다.
결과적으로 이 뮤지컬은 차미호가 꾸며낸 세계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는 여정을 촘촘하게 그렸다. '보여주고 싶은 나' 차미와 '진짜 나' 차미호조차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며 갈등을 빚는다.
차미호는 차미에게 "너는 (나를) 이해 못 해. 초라한 이 기분 넌 상상도 못할 테니까. 너는 모든 것을 가진 공주님. 애초에 물거품만도 못한 패배자의 심정을 네가 어떻게 알아?"라고 노래한다. 이에 차미도 차미호에게 "너는 (나를) 이해 못 해. 네가 어떤 것을 가졌는지 넌 영원히 모를 테니까.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인어공주의 심정을, 지푸라기 인형의 마음을 네가 어떻게 알아?"라고 되묻는다.
알록달록한 젊은 감각으로 꾸며진 무대는 경쾌하다. 스마트폰을 연상케 하는 직사각형 형태 LED 패널을 정중앙에 배치해 SNS 화면을 연출한다. 배우들의 손엔 거의 항상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배우들은 팝, 댄스,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한 넘버와 경쾌한 안무를 소화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토니상 6관왕 영예를 얻은 대학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이 작품도 우란문화재단 지원으로 출발했다. 2016년 우란문화재단의 '시야 플랫폼: 작곡가와 작가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2020년 초연과 2022년 재연까지 완성도 높은 개발 과정을 밟았다. 2021년에는 라이선스 수출을 통해 일본 도쿄에서 공연했다.
4인 4색의 매력 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차미호 역은 임예진·홍나현·이재림·해일리, '차미' 역은 이봄소리·정우연·허윤슬·박새힘이 연기한다. 김고대 역은 정욱진·조환지·황순종·박희준, 오진혁 역은 서동진·김준영·윤준협이 맡는다.
오는 8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TOM(티오엠) 1관.
[박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