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발칵 뒤집은 '술방'…'막말'에 '스킨십'까지 [이슈+]

2 weeks ago 11

청소년들, 무방비로 연예인 '술방' 노출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게는 더욱 치명적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SNS·유튜브 술방
"사회적 합의로 규제 적정 수준 찾아야"

방송인 전현무와 가수 보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방송인 전현무와 가수 보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유명인들이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술방' 콘텐츠가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음주 장면의 여과 없는 노출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청소년의 음주 노출, 음주 미화, 라이브 방송 중 무례한 언행까지 논란이 이어지며 자율에 맡겨진 술방에 대한 제도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연예인 술방,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주량 경계 허물어

신동엽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짠한형'에 출연한 배우 송승헌. /사진=유튜브 채널 '짠한형' 캡처

신동엽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짠한형'에 출연한 배우 송승헌. /사진=유튜브 채널 '짠한형' 캡처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술방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유튜브 음주 장면을 모니터링한 결과, 2023년 기준 '술방'·'음주 방송' 등의 단어로 검색한 조회수 상위 100개 영상 모두 '문제 음주 장면'이 포함됐다. '문제 음주 장면'이란 술에 대한 긍정적 묘사, 미성년자 음주 조장 장면 등을 의미한다.

문제는 술방에 대한 비판이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유명인들은 편집이 불가능한 라이브 방송에서 술방을 아무렇지 않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일 방송인 전현무와 가수 보아가 한밤중 취중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전현무는 "누군가 계속 라이브를 해보라고 해서 처음 해본다. 오늘 집에 놀러 오신 분이 아끼던 술을 까서 마시고 있다"며 보아와 함께 자기 집에 있다는 것을 밝혔다.

화면에 등장한 두 사람은 붉어진 얼굴과 함께 다소 취한 모습으로 팬들과 소통을 진행했다. 보아는 전현무 어깨에 기대는가 하면 볼을 쓰다듬는 등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었다. 보아는 전현무의 집에 온 이유에 대한 질문에 "(현무)오빠가 먹자고 했잖아요"라며 "현무 오빠 집이 개판이다. 인테리어도 별로고, 게스트 화장실 냄새도 심하다"고 폭로했다.

한 시청자가 전현무에게 방송인 박나래와 사귀냐는 댓글을 남겼고 보아는 "사귈 수가 없다. 오빠가 아깝다"라고 말했다. 이후 소속사 직원에게 전화가 오자 전현무는 "회사가 뒤집혔다"는 말과 함께 방송을 마무리했다.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발언이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해당 영상 댓글에는 "이래서 술 취해서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이 싫다", "취해서 왜 저런 발언을 하냐", "취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 안 된다. 솔직한 걸 가장한 무례함이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문제는 10대가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주 사용자층이라는 점이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10대 이하 스마트폰 이용자의 인스타그램 총사용 시간은 9411만 시간으로 소셜네트워크 부문 1위였다. 해당 기관의 지난해 5월 설문 결과 유튜브 월평균 사용 시간이 가장 긴 세대도 10대였다.

술방을 통해 출연자의 행동과 발언이 여과 없이 전달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신동엽의 유튜브 채널 '짠한형'에 출연한 배우 송승헌은 과거 신동엽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다툼이 벌어졌던 일화를 공개하며 욕설을 재연했는데,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묘사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여전한 '술방' 논란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린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음주 문화를 전달할 위험성이 제기되며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새롭게 추가된 항목은 '미성년자의 콘텐츠 접근을 최소화한다'는 것과 '음주 미화 장면에서 경고 문구 등으로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백명재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어린 시절부터 알코올에 노출되는 것이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연예인들의 지나친 음주 방송은 사회적으로 허용된 정상 범주 주량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술방 콘텐츠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28조에 따르면 TV 드라마·예능 등 방송은 음주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유명인이 개인 SNS나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술방은 사실상 자율에 맡겨져 있다.

◇ SNS·유튜브 술방 실태…"표현의 자유와 책임, 균형 필요"

전문가들은 술방 콘텐츠가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유튜브나 OTT 프로그램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하는 '정보통신망보호법'에 음주 장면에 대한 제한 규정을 신설해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만섭 강릉영동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해주어야 하기에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규제의 적정 수준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연예인들이 자극적 콘텐츠를 통해 조회수를 올리거나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서도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무시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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