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의 카메라가 이용자의 두상을 30도 간격으로 360도에 걸쳐 촬영한다. 인공지능(AI)이 이미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탈모 부위와 면적을 계산한다. 두피 중 어떤 부분이 탈모로 진행되고 있고 몇 년 뒤 완전 탈모가 될지에 대한 정보가 담겼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월드IT쇼’에서 큰 인기를 끈 AI 두피 진단기 ‘아프스 3D’다. 이 장비는 3차원(3D) 촬영 장비와 AI 분석 소프트웨어(SW)로 탈모 진행 상황과 예상 면적을 진단한다.
행사장에서 만난 김태희 아프스 대표는 “탈모 위험을 AI로 진단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 부스엔 행사 기간 내내 탈모 진단을 받으려는 관람객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 WIS를 무대로 훨훨 나는 AI 스타트업
행사 이틀째인 이날 20개 스타트업이 모인 디지털혁신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내 AI 기술력을 체험하고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가늠하러 온 외국 기업 관계자도 많았다. 주목받은 기업 중 한 곳이 웨어러블 음성 인식 반지를 전시한 브이터치다. 브이터치는 소음 문제를 해결한 음성 인식 반지 ‘위즈퍼링’을 선보였다. 휴대폰 등 기기와 연동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기존에 출시된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달리 ‘시리’나 ‘빅스비’ 등을 직접 부르지 않고도 AI와 대화가 가능한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사용자가 반지 가까이에서 대화를 시작하면 디바이스가 자동으로 음성을 탐지한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직접 반지를 착용하고 AI와 대화를 나눴다.
병원용 의료클라우드 업체 비바이노베이션이 공개한 건강검진 플랫폼 ‘착한의사’도 눈길을 끌었다. 건강검진 예약부터 검진 결과 조회·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종합 플랫폼이다.
유통업계에서 주목한 스타트업도 있었다. 판매하려는 제품의 사진을 업로드하면 제품 상세 페이지를 자동으로 제작해주는 생성형 AI 서비스 ‘젠시’를 선보인 스튜디오랩이다. 이날 스튜디오랩 부스에서 만난 한 패션업체 대표는 “현장에 와 보니 국내 업체의 생성 AI 기술력 발전이 피부로 느껴진다”며 “중소 패션·뷰티업체들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자동 번역 독서 플랫폼 인기
올해 월드IT쇼에서는 8개 기업이 혁신상을 수상했다. 생성 AI와 증강현실을 결합한 실시간 디지털 독서 플랫폼을 구축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은 아티젠스페이스의 서영선 대표는 “노인과 장애인, 외국어에 서툰 일반 이용자도 AI를 이용해 장벽 없이 독서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아티젠스페이스는 실물 도서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다국어로 번역하고 낭독하는 플랫폼 ‘북스토리’를 선보였다. 효과음과 감정을 실어 몰입형 독서 환경을 만들어 유아 교육이나 일반인의 외국어 학습, 노약자의 독서 지원까지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함께 장관상을 받은 바이오커넥트는 얼굴을 촬영하는 것만으로 실시간 심박수, 호흡수,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바이탈트래커’로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이날 바이오커넥트 부스를 방문한 말레이시아 관람객은 “온디바이스 AI를 기반으로 한 개인정보 보호 기술을 보유해 의료나 산업 안전 분야에서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