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을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하는 등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DNA’를 SK디스커버리 등 전체 계열사로 확산하기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 신임 사장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함께 SK그룹의 사업 재편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인수합병(M&A) 등 공격형 경영에서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운영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는 최근 SK그룹의 사업 재편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임원 승진자는 전년 대비 9% 줄어든 대신에 ‘기술, 현장, 글로벌’에 강점을 갖춘 임원을 대거 발탁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관련기사 12월 2일자 A13면
○‘기술, 현장, 글로벌’이 키워드
SK그룹은 5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안현 SK하이닉스 N-S 커미티 담당은 개발총괄 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리더십을 공고화하고 D램과 낸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 등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한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은 SK온 제조총괄로 내정됐다. 특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기술통 임원들을 회사의 경계를 넘어 적재적소에 배치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 사장 선임은 최 의장이 그리는 사업 재편의 완성을 위한 인사라는 평이 많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지주사다. 최 의장이 지분을 40% 보유하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최 의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손 사장은 사업 재편과 운영개선(OI) 기조를 SK디스커버리 계열사에 전파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사업 재편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신창호 SK㈜ PM 부문장이 SK온 운영총괄 임원(부사장)에 선임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디스커버리 계열사인 SK케미칼의 김기동 경영지원본부장(재무실장 겸직)은 그룹 지주사의 금고지기 역할을 맡는 SK㈜ 재무부문장으로 온다. SK㈜는 투자형 지주사로, SK그룹 전반의 투자를 관장한다. 최 의장과 함께 오랫동안 일한 김 부사장이 주요 계열사의 재무 건전성을 챙기는 등 그룹의 핵심 업무를 하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AI 조직 강화에 ‘방점’
SK그룹의 임원 승진자는 총 75명으로 지난해 82명보다 7명(9.3%) 줄었다. 2년 전 145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사장 승진자도 2명뿐이다. 조직 슬림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임원 퇴직자는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과 지난달 합병된 SK E&S는 13개이던 본부급 조직이 8개로 줄었다. 수소인프라본부와 수소글로벌본부, 재무본부 등이 SK이노베이션과 통합됐다. SK이노베이션 역시 12개이던 본부급 조직이 10개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지속경영본부와 환경기술실증화센터 등이 통폐합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형 인사도 단행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에서 신재생에너지 등의 프로젝트를 이끈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룹의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는 대관 총괄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 출신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낙점했다.
그룹이 가장 힘을 싣고 있는 인공지능(AI) 사업도 강화한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글로벌위원회 산하에 있는 AI·디지털전환(DT) 태스크포스(TF)를 ‘AI 추진단’으로 확대한다. 또 SK텔레콤이 주도하는 ‘AI R&D(연구개발)센터’와 SK㈜ CEO 직속 ‘AI 혁신담당’ 조직도 신설하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그룹의 성장 산업을 담당한다.
김우섭/성상훈/정지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