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업재편 1년 반…빚 10조·계열사 21곳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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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심 사업 매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SK그룹의 사업 재편 방향에 관해 ‘중·단기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내용의 신용분석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의 순차입금은 2023년 12월 말 83조원에서 지난해 말 75조원으로 8조원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 비율도 134%에서 118%로 1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1분기에 지주사인 ㈜SK의 순차입금이 추가로 2조4000억원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그룹 전체적으로 10조원 이상 차입금이 줄어든 것으로 산업계는 분석했다.

◇알짜 사업도 과감히 매각

2023년 12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사진) 취임과 함께 시작한 SK그룹의 사업 재편 성적표가 나왔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순차입금은 지난 1년6개월 동안 10조원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계열사는 21개 감소했다.

업계에선 SK그룹이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된 배경으로 과감하고 신속한 사업 재편 프로세스를 꼽는다. 최 의장은 사업 재편의 큰 방향을 △이익을 내는 사업도 미래 성장성이 없으면 팔고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은 합치고 △각 계열사마다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잡고 흔들림 없이 밀어붙였다.

대표적인 게 SK브로드밴드가 SK C&C 판교 데이터센터를 인수한 것이다. 경기 성남 분당과 고양 일산 등 8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SK브로드밴드에 그룹 데이터센터 사업을 맡기고, 다른 계열사의 중복 사업을 밀어준 것이다. SK에코플랜트가 SK머티리얼즈 산하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SK트리켐·레조낙·머티리얼즈제이엔씨·머티리얼즈퍼포먼스)을 편입한 것도 비슷한 취지다. 반도체 공장 시공부터 소재까지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 회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대신 공공하폐수처리 국내 1위 업체인 자회사 리뉴어스와 리뉴원을 매물로 내놨다.

◇SK하이닉스 중심 미래 투자

중복 사업을 하나로 묶자 작년 219개까지 늘어난 계열사는 지난달 기준 198개로 줄었다. SK그룹의 인수합병(M&A) 전략에 빈틈이 있었다는 걸 뼈저리게 반성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매년 1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SK스페셜티 등을 매각해 4조4459억원을 마련했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과정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회사다.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SK실트론과 리뉴원·리뉴어스 매각 작업이 끝나면 추가로 5조원의 현금을 확보한다. 1년6개월 만에 10조원에 달하는 미래 투자 종잣돈을 마련한다는 얘기다. SK그룹은 사업 재편과 운영 효율 개선을 통해 2027년까지 80조원의 투자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사업을 양대 축으로 하는 미래 사업에 투입한다. 투자의 중심축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주머니가 넉넉해진 SK하이닉스가 맡는다. 지난해 23조467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올해 36조1241억원(증권사 영업이익 추정치)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투자 여력과 상관없이 ㈜SK와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M&A를 추진한 과거와는 다른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82조원을 마련해 반도체 밸류체인과 AI 인프라 사업 등에 투입한다. 한신평은 “현금 창출력이 우수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신규 사업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 작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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