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UEL 트로피를 높이 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난 두 번째 시즌에 항상 우승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남긴 코멘트는 자기 자랑이 아닌,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이자 마법의 주문이었다. 정말 말대로 이뤄졌다. 그는 토트넘에서 맞은 2번째 시즌에 17년 동안 이어진 긴 ‘무관의 역사’를 끊었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에스타디오 산마메스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파이널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를 전반 42분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꺾고 통산 3번째 정상에 섰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는 당연히 ‘2년차 우승’에 대한 물음이 계속 이어졌다. 호주 사령탑의 답은 명쾌했다. “잘못 해석됐다. 오해가 있었다. 내가 (업적을) 자랑한 것이 아니라 선언한 것이다. 이를 믿었다.”
물론 ‘2년차 트로피’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꺼넨 시점까진 토트넘의 행보는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고, 리그컵과 UEL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만한 상황이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페이스가 떨어졌다. EPL에선 끝모를 추락이 이어졌고, 리그컵과 FA컵에서 조기 탈락했다. 유일한 희망은 UEL이었다. ‘2년차 우승’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을 계속 받았으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트로피는 우리 모두의 염원과 야망이었다. 어렵더라도 우승할 준비는 돼 있었다. 우승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봤다”고 돌아봤다.
효율적인 접근이 통했다. 장기 레이스와 단판 토너먼트를 전혀 다르게 대했다. “좋은 조직력, 안정적 게임 플랜으로 팀을 운영해야 했다”고 전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승의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 우승이 토트넘에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는 불분명하다. 선택과 집중, 실리축구로 UEL 트로피를 얻었으나 다음 시즌은 더 강해져야 할 토트넘이다. 마침 이번 우승으로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했다. 훨씬 치열하고 복잡할 시즌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술적 한계로 미디어의 많은 비판을 받았고, 일각에선 ‘경질설’이 나돌기도 했다.
거취에 대한 물음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 손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난 오직 우승만 바라봤고, 메달이 목에 걸려있다. 향후 4~6년 동안 꾸준히 성공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 중요한 것은 토트넘이 트로피를 얻었다는 점”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 선수들이 UEL 타이틀을 획득한 뒤 자신은 부임 2년차에 우승했다고 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포스터를 팬들에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빌바오(스페인)|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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