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국가대표팀 안재현은 6년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9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단식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이후 내리 2대회를 1라운드에서 탈락한 그는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2025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시상대를 노린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최선을 다하다보면 6년 전처럼 시상대가 보일 것이다.”
탁구국가대표팀 안재현(26·한국거래소·세계랭킹 17위)은 올해 카타르 도하에서 6년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영광을 재현하는게 목표다. 스스로는 “너무 오래 전의 일이다”며 몸을 낮췄지만, 눈빛엔 메달을 향한 욕심이 가득하다.
안재현은 19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대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25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64강에서 루카 믈라데노비치(룩셈부르크·116위)를 게임스코어 4-2(11-5 8-11 11-9 9-11 11-9 11-8)로 돌려세웠다.
랭킹 차이가 큰 맞대결이었지만, 경기 전 안재현의 열세를 점치는 전망이 많았다. 17일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어깨부상을 입었고, 개막 당일에도 한 수 아래로 여겨진 주앙 몬테이로(포르투갈·159위)에 4-3(10-12 11-7 11-9 11-1 3-11 8-11 11-9) 진땀승을 거뒀다. 2019년 부다페스트대회에서 남자단식 동메달을 따낸 뒤, 내리 2대회(2021년 미국 휴스턴대회·202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대회)를 1라운드에서 탈락한 터라 이번에도 비관적 전망이 일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안재현은 믈라데노비치와 맞대결에서도 어려운 경기를 거듭했지만, 결국 승리했다. 상대가 변칙러버인 ‘안티러버’를 들고 나와 까다로운 공을 구사했지만, 경기 중반부터 포핸드 드라이브가 통하기 시작하면서 32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안재현은 경기 후 “몬테이로에 이어 믈라데노비치도 내가 처음 접해보는 전형이라 어려움이 컸다. 그래도 다음 경기부터는 정상적인 구질을 가진 선수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으니,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경기 마지막엔 내가 결정적 순간에 잘했고, 상대의 범실도 나왔다. 경기 중반부터 수비와 찍어넣는 서브가 통하기 시작한게 주효했다”고 돌아봤다.
안티러버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안재현은 “안티러버는 내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수록 상대의 반격엔 더 많은 회전이 담겨 들어온다. 공도 뱀처럼 휜다”며 “믈라데노비치는 안티러버를 쓰는 남자부 유일의 선수다. 여자부에선 인도 선수들이 자주 쓰는데, 안티러버로 세계랭킹 1위 쑨잉샤(중국)를 잡은 선수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다행히 1회전 탈락 징크스도, 안티러버를 넘기 힘들어했던 과거도 다 옛날이야기다. 안재현은 어떻게든 6년 전처럼 반드시 시상대에 서겠다는 생각 뿐이다. 그는 “그동안 계속 1회전에서 탈락했으니 부담감이 컸다. 그저 잘해보자는 생각으로 묵묵히 준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끝으로 “ 2019년에 아무 것도 모르고 매 경기 최선을 다했더니 동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머리를 비우고 승리만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도하│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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