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까다로울수록 좋은 입양 신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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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 까다로울수록 좋은 입양 신청서

즐겨 보는 SNS 계정이 있다. 대형견 둘을 키우는 주인장은 최근 누군가 집 앞에 두고 간 강아지 네 마리를 임시 보호하게 되었다. 며칠간 꼬물이들의 건강 상태와 성격을 확인하는 영상이 업로드되었고, 마침내 입양 홍보 글이 올라왔다.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나도 유기견센터에서 수리를 입양하기 전, 개인 구조자에게 입양 신청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 온라인을 통하는 대개의 입양 신청서 형식은 비슷하다. 입양 신청자의 인적 사항과, 가족 구성원, 주거 환경과 양육 조건, 반려 경험 유무, 입양 희망 이유, 알레르기 유무 등이다. 당시 한 장이 넘는 신청서의 질문을 일일이 채우면서, 확인 요소가 왜 이렇게 많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정도로도 턱없이 부족하다(수리 입양 신청서는 훨씬 더 간단했다!). 스스로가 어지간히 조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했지만, 수리를 돌보며 얼마나 서툴고 부족한지 절감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환경이 아니라, 퍼내도 퍼내도 충분하지 않은 마음이었다.

이 참에 외국의 입양 신청서는 어떤지 살펴보았다. 동물 구조와 입양 역사가 150년 가까이 된 영국의 ‘메이휴 동물의 집(The MayHew Animal Home)’에서 제시하는 반려견 입양 신청서는 무려 4장이다.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입양 이유, 주거 및 양육 환경, 반려 경험 등에 관한 질문은 공통적이다. 기관이다 보니 희망하는 반려견의 연령과 성별, 크기, 훈련 여부도 자세히 체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것까지 확인하는구나 싶은 질문들이 눈에 띈다.

두루뭉술하지가 않다. 세세한 질문에 답하는 동안 환상이 한 꺼풀씩 걷힌다. 현실 반려 생활에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뚜렷해지고, 비상 상황에 작동시킬 대비책도 고려하게 된다. 반려를 앞두고 사람과 동물 모두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 역시 온라인을 통한 개인 입양이라도, 좀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좀 더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든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freepik)]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5호(24.9.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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