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들 소맥 대신 하이볼 마신다더니…"술 안 마셔요" 돌변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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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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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류 시장 침체가 예사롭지 않다. 한때 '홈술'과 '하이볼' 열풍으로 반등하는 듯하던 주류 소비가 다시 꺾인 데다 20대를 중심으로 술을 멀리하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주류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30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위스키 수입 중량은 2880t(톤)으로 전년 동기 4012t보다 28.2% 급감했다. 같은 기간 와인 수입 중량도 9730t에서 9536t으로 2% 줄었다. 맥주·데킬라·보드카 등까지 포함한 전체 수입 주류 흐름도 둔화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전체 주류 수입액은 12억7374만달러로 2년 전 14억7196만달러보다 13.5% 감소했다. 전반적인 음주 수요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연스레 주류업체들 실적도 뒷걸음질 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672억원으로 전년 1849억원보다 9.6% 줄었다. 매출도 4조245억원에서 3조9711억원으로 1.3% 감소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1723억원으로 전년 2081억원보다 17.2% 줄었고, 통상 송년회와 모임 수요가 몰리는 연말 성수가기 포함된 지난해 4분기에도 9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대 절반 이상 월 1회도 술 안 마셔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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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비용 절감과 체질 개선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주류시장 침체, 소비 위축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다소 아쉬운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업계가 더 민감하게 보는 대목은 20대의 '음주 이탈' 추세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29세 가운데 아예 술을 마시지 않거나 마시더라도 월 1회 이하라고 응답한 비율은 2024년 56%로 집계됐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5년(3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비율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1.7%로 처음 50%를 넘긴 뒤 2022년 54.6%까지 올랐고, 2023년 52.6%로 소폭 낮아졌다가 팬데믹 종료 이후인 2024년에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로나19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젊은 층의 음주 문화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대의 변화 속도는 다른 연령대보다 더 빠르다. '월 1회 이하' 음주율은 30대 47.6%, 40대 44.4%, 50대 52.8%로 20대의 56%보다 낮았다. NH농협은행이 주점 소비지수를 집계한 결과에서도 20대는 전년 대비 20.9% 감소해 30대(-15.5%)나 50대(-11.4%)보다 감소 폭이 컸다.

MZ고객 잡아라…업계 전략도 변화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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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소주·맥주 중심의 음주 문화에서 벗어나면서 주류업계도 대응 전략을 바꾸고 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낮은 도수 제품이나 섞어 마시는 형태의 주류를 통해 2030세대 공략에 나섰다.

롯데칠성은 과일 탄산주 '순하리 유자진'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선보인 '순하리 레몬진', 지난해 11월 내놓은 '순하리 자몽진'에 이은 라인업 확대다. 하이트진로도 지난 26일 진로토닉워터에 청귤 풍미를 더한 '진로토닉워터 청귤'을 출시했다. 하이볼 수요를 겨냥한 제품이다.

하이볼은 편의점 주류 매대에서 가장 빠르게 커지는 품목 중 하나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볼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190%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25의 하이볼 매출도 76% 늘었고, 전체 주류 매출에서 하이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7%에서 2025년 9.2%로 확대됐다. 전체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남은 수요도 저도주와 하이볼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롯데칠성이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새로중앙박물관'. 사진=롯데칠성 제공

롯데칠성이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새로중앙박물관'. 사진=롯데칠성 제공

체험형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최근 서울 성수동에서 '새로중앙박물관' 팝업스토어를 열고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형 콘텐츠로 풀어냈다. 하이트진로도 올 초 전국 대학가와 주요 상권에서 Z세대를 겨냥한 '술무살 자격증' 마케팅을 진행했다. 브랜드 경험 자체를 소비하도록 유도해 젊은 층의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저도주와 하이볼, 팝업 마케팅만으로 시장 전반의 침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젊은층 위주로 술을 덜 마시거나 아예 마시지 않는 흐름이 구조화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회식과 모임 중심으로 대량 소비가 발생하는 시장은 축소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많이 파는 전략보다 적게 마셔도 선택받는 제품과 브랜드를 만드는 쪽으로 경쟁 구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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