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효율 외치는 시대, 시간을 묵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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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효율 외치는 시대, 시간을 묵힌 사람들

최근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봤다.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유승목의 수상 무대였다. 데뷔 36년 만에 처음 후보에 올랐고, 그날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가 꺼낸 첫마디는 의외였다. “이 상 받았다고 건방 안 떨 테니 계속 불러달라.”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그 한마디 안에는 36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 자리에서 같은 일을 묵묵히 해온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내공이었다. 첫 상을 거머쥔 자리에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이 다음 성공이 아니라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기회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주는 인상적인 수상 소감이었다.

요즘 우리는 너도나도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에 쫓긴다. SNS에서 보이는 또래의 화려한 커리어와 자신을 비교하며,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곤 한다. 왜 우리는 이토록 속도에 집착하며, 시간을 묵히는 가치를 잊어버리는 걸까.

우선 모든 것의 유효기간이 짧아진 시대 환경이 조급함을 부추긴다. 인공지능(AI)은 매달 새 모델을 내놓고 매주 새 기능을 추가한다. 어제 익힌 프롬프트가 오늘은 구식이 되고, 한 달 전 통하던 콘텐츠 공식이 이달에는 통하지 않는다. 드라마와 영화는 요약본으로 소비되고, 책 한 권이 30초 영상으로 압축되는 등 무엇이든 빠르게 휘발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성장마저 초고속 효율의 프레임에 끼워 맞추며 스스로를 다그치곤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빨라질수록, 시간을 묵히는 사람의 가치는 오히려 분명해진다. 오랜 세월을 묵힌 이의 내공을 단숨에 따라잡을 지름길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브랜드든, 시간을 잘 묵힌 존재가 오래 살아남는다. 36년의 무명을 견딘 한 배우의 고백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무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묵직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묵히고 있는가.’

속도의 유혹에는 누구나 흔들리기 마련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시간을 오랫동안 묵혀본 사람만이 더 깊은 결과와 진짜 내실을 만들어낸다. 속도보다 깊이를 먼저 고민할 때, 비로소 시간에 마모되지 않는 진짜 성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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