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속도 사회에서 놓친 것, 좋아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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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속도 사회에서 놓친 것, 좋아하는 마음

최근 ‘F1 더 무비’를 봤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한때 정상에 올랐다가 은퇴한 레이서 소니(브래드 피트 분)가 신생 팀의 멘토 겸 드라이버로 복귀한다. 화려한 스폰서십과 자본이 얽힌 서킷에서 그는 드라이버들과 팀을 이끌며 다시 치열한 레이스에 뛰어든다.

겉으로는 단순히 ‘누가 더 빠른가’를 겨루는 대결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훨씬 더 깊다. 중요한 선택이 있을 때마다 소니는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중반부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잃어버린 건 레이싱을 사랑하는 마음이었어.” 이 짧은 대사는 영화 전체 주제를 관통한다. 그는 우승을 거머쥔 순간에도 트로피를 움켜쥐지 않고, 홀연히 사막으로 떠난다. 그가 끝내 붙잡은 건 레이싱을 향한 본래의 마음이지, 성과와 명예가 아니었다.

레이싱 팀의 변화도 인상 깊다. 처음엔 자기주장만 하던 팀원들이 어느 순간 하나로 호흡을 맞춘다. 그것은 단순한 전술이나 실력이 아니라 소니가 보여준 진심 덕분이었다. 그들을 하나로 달리게 한 힘은 실력이 아니라 레이싱을 향한 진심이었다. 젊은 드라이버인 조슈아 피어스조차 그 마음에 이끌려 같은 길을 선택한다. 결국 영화가 보여준 진짜 승부는 ‘누가 더 빨랐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삶과 치열하게 부딪쳤는가’였다.

이 영화는 미친 듯이 달리면서도 왜 달리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속도만 좇는다면 언젠가 지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연료가 된다면 의미는 달라진다. 요즘 세대의 모습도 그렇다. 퇴근 후에도 콘텐츠를 만들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SNS에 좋아하는 분야를 꾸준히 기록해 결국 커리어로 연결한다. 남이 정한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선택들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다만 좋아하는 마음은 개인의 다짐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성과 압박과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열정은 쉽게 소진된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이 마음을 꺼트리지 않고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사회적 장치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제도, 다양한 길을 인정해주는 문화, 서로의 시도를 지지하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내는 것은 개인의 사치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더 창의적이고 지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F1 더 무비는 그래서 단순한 레이싱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성공의 정의를 다시 묻는 영화였다. 당신을 달리게 하는 건 돈인가, 성과인가, 아니면 좋아하는 마음인가. 진짜 승자는 우승컵을 들어 올린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그 마음을 지켜낸 사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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