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당 4000만원 발전기금?”…풍력 1㎞ 상한 놓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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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당 4000만원 발전기금?”…풍력 1㎞ 상한 놓고 충돌

입력 : 2026.06.17 14:09

풍력 이격거리 상한 1㎞ 입법예고
주민은 강화·업계는 완화 요구
정부 “주민·사업자 절충안”
발전기금 관행에 비용 부담 지적
재생에너지 확대 해법 놓고 충돌

정부가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 상한을 1㎞로 제한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자 주민단체는 지방자치·주거권 침해를, 업계는 여전한 규제를 주장하며 반발하는 가운데 정부는 과도한 이격거리와 마을발전기금 관행이 재생에너지 비용과 전기요금 부담을 키운다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풍력발전기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 상한을 1㎞로 제한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자 주민단체는 지방자치·주거권 침해를, 업계는 여전한 규제를 주장하며 반발하는 가운데 정부는 과도한 이격거리와 마을발전기금 관행이 재생에너지 비용과 전기요금 부담을 키운다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풍력발전기 모습. [연합뉴스]

“풍력발전소 하나 들어오려면 마을발전기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정부가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 상한을 1㎞로 제한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재생에너지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와 마을발전기금 관행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주민들은 생활권 보호와 지방자치 침해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 상한을 1㎞ 이내로 제한하고 태양광은 주거지역 200m, 도로 100m 이내 범위에서 지자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남은 이번 개정안에 특히 민감하다. 신안·영광·고흥·해남 등 전국 최대 규모의 풍력단지가 조성됐거나 추진 중인 데다 순천과 화순 등 일부 지자체는 1㎞를 초과하는 풍력 이격거리 조례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단체들은 풍력발전시설이 마을 인근에 들어설 경우 저주파 소음과 그림자 깜빡임(쉐도우 플리커), 경관 훼손, 공동체 갈등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농어촌파괴형풍력태양광반대전남연대회의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주민 주거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이격거리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최소 2㎞ 이상 이격거리 유지와 주민동의 절차 보장을 요구했다. 주민단체들은 지역 여건을 반영해 마련한 조례를 정부가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지방자치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 상한을 1㎞ 이내로 제한하고 태양광은 주거지역 200m, 도로 100m 이내 범위에서 지자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참여입법센터]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 상한을 1㎞ 이내로 제한하고 태양광은 주거지역 200m, 도로 100m 이내 범위에서 지자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참여입법센터]

반면 정부는 일부 지자체의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풍력발전시설의 주거지 이격거리를 조례로 규정한 곳은 60곳이다. 이 가운데 절반인 30곳은 1㎞를 초과하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또 풍력발전시설의 도로 이격거리를 규정한 지자체는 33곳으로, 이 중 14곳은 1㎞를 넘는 기준을 운영 중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풍력 이격거리를 전국적으로 1㎞로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1㎞ 이내 범위에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풍력 이격거리를 1㎞ 수준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며 “국내 지자체 조례 현황과 사업자, 주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가 주민과 사업자 간 협상 구조를 왜곡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풍력발전시설과 주거지 사이 거리를 1.5~2㎞ 이상으로 규정할 경우 사업 가능한 부지가 크게 줄어들고, 특정 마을 주민들의 동의 여부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동의와 마을발전기금이 사실상 사업 추진의 전제 조건처럼 작동하면서 사업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실제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MW당 4000만원 수준의 마을발전기금이 요구되는 사례도 파악하고 있다. 100MW 규모 풍력단지라면 발전기금만 40억원에 달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사업자가 부담하는 발전기금과 각종 지원비는 결국 발전원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도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일정 수준의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업계 역시 현행 제도가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다른 이격거리 규정과 주민동의 절차 때문에 사업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1㎞ 상한도 아쉽지만 최소한 지금보다 제도적 불확실성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신 주민참여형 발전사업과 지붕형 태양광 등을 이격거리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주민들이 사업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지역 수용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김태성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번 논란을 단순히 1㎞와 2㎞ 사이의 거리 논쟁으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풍력발전시설의 영향은 발전기 규모와 높이, 주변 지형, 소음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일률적인 거리 기준만으로 주민 수용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일부 국가의 경우 이격거리보다 발전기 높이와 소음 기준을 중심으로 규제를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풍력발전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주민 수용성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라며 “단순히 몇 ㎞를 떨어뜨릴 것인지보다 발전기 규모에 따른 최소 거리 기준과 객관적인 소음 기준, 피해 발생 시 보상 체계를 함께 마련하는 방향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와 주민 보호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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