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초능력은 있지만 자신의 고민은 해결 못하는 10대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나만의 비밀’은, 상대의 감정을 볼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다섯 청춘들의 첫사랑과 우정을 그린 감성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기호 형태로 읽을 수 있는 ‘쿄’(오쿠다이라 다이켄), 감정의 기울기를 알 수 있는 막대 그래프를 보는 ‘미키’(데구치 나츠키), 마음의 상태를 이모티콘으로 보는 ‘즈카’(사노 마사야), 심장 박동으로 상대의 감정을 보는 ‘파라’(키쿠치 히나코), 화살표로 상대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엘’(하야세 이코이).
영화 ‘나만의 비밀’은 상대방의 머리 위나 가슴 언저리에 뜨는 기호들로 감정을 알 수 있는 능력을 지닌 10대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명랑하고 밝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남다른 고민을 품고 있다.
말이 없고 소심한 쿄는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잘 고백하지 못하고, 늘 밝아 보이는 미키는 상대의 감정의 기울기는 알지만 자신의 진로는 잘 알지 못해 우울하다. ‘사차원’으로 불리는 파라는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이미지와 실제가 다르다고 느끼고, 미키에 대한 감정 역시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다.
초능력만 뺀다면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은 여느 10대와 다르지 않다. 이야기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쿄와 미키는 관객들에게 너무 순수해서 서툴고, 오히려 조심스러운 첫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 ‘나만의 비밀’은 혹시나 우정이 깨질까 두려워 쉽게 용기내지 못하는 두 사람의 애틋한 첫사랑부터 미키와 파라의 우정, 그리고 엘과 쿄의 순수한 유대까지 섬세하고 여린 청춘의 순간들로 돌아가게 만드는 영화다. 서로의 정체를 극중에서 가장 정면으로 대면하는 파라와 즈카의 긴장감 넘치는 관계가 영화 후반의 긴장감을 끌고 간다.
원작 소설 『나만의 비밀』은 일본 내 판매 부수 80만 부를 돌파했다. 각본과 감독은 ‘소년은 졸업하지 않는다’의 나카가와 슌이 맡아 불안과 공포, 자기 혐오도 있지만 따뜻하고 서툰 청춘의 내면을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그려낸다.
실사 캐릭터들의 눈에 보이는 기호들은 관객에게도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 안에 통통 튀는 방향타가 되어주는 신호들은 극중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오해하는 기준이 되어준다.
큰 에피소드는 없어도, 다섯 명의 청춘들이 비밀을 숨긴 채 서로의 감정을 읽고 감추고 오해하며 맞춰가는 과정은 그 나름대로 강약이 있다. 주인공들의 초능력이 겉보기엔 편리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것에 휘둘리고, 그들로 하여금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하는 모습은 빠르게 연결되는 SNS 때문에 오히려 인간 관계가 좁아지는 현 세대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보일 듯 말 듯한 첫사랑의 감정선, 어른이 된 뒤에는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작고 섬세한 감정들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현재 일본 10~20대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Z세대 뮤지션 챤미나(CHANMINA)의 음악도 주목할 것. 러닝타임 115분, 1월 21일 개봉.
[글 최재민 이미지 ㈜누리픽쳐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15호(26.01.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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