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는 행동 ‘지연행동(procrastination)’이라 하면 일단 부정적인 인식부터 떠오르게 된다. 주변의 평가도 그렇지만, 우선 당사자부터가 그렇다. 미루고 속이 편하면 좋겠지만, 어디 그렇던가? 해야 할 것을 미뤄 놓고 놀면서도 마음 한편이 내내 찜찜하다.
지연행동의 가장 큰 특징이, 머릿속으론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불필요하게(unnecessarily)’ 미루는 것이다. 당연히 부정적인 감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늘 해야 할 일을 재깍재깍하고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쌓아 둔 설거지 모른 척하기, 약속 시간 미루기, 골치 아픈 과제나 업무를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 등….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아니 매일 최소 한두 번 정도는 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대학생 중 적게는 50%, 많게는 무려 70~95%, 성인 중 14~20%는 만성적인 지연 행동을 보인다고 하니, 매우 흔한 인간 행동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허효선, 권석만, 2022).
지연행동의 문제는 결국 그 ‘꾸물거림’의 정도일 것이고, 그 정도가 너무 심하거나 횟수가 빈번하여 학업 내지는 사회적으로 성취 기회를 놓치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우울, 불안, 죄책감, 수치심 등)를 계속 불러일으키는 등 삶의 질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필자는 어떤 측면에선 “지연행동을 하세요”라고도 권하는 편인데 이를테면 이럴 때다. 지금 당장 가족/친구에게 너무 화가 났을 때라면, 100% 바로 표현하지 않고 일단 참고 넘기는 것이다. 인간관계가 부질없게 느껴져 극단적으로 끊어내 버리고 싶을 때, 당장 전화번호를 싹 지우거나 SNS를 삭제하지 않고 우선은 잠이나 자보는 것이다. 소위 ‘반동형 대처(Reactive Coping Style)’, 즉 행동 반응을 너무 빨리함으로써 문제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유, 그 순간만 좀 참을걸!”의 그 ‘순간’을 지나가는 데에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구체적인 지연행동의 힘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은 잠깐 시간을 내어 나만의 ‘꾸물거림 비법’을 한 번 적어 보자. 감정이 언행으로 표출되려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 당장 습관처럼 써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쉽고, 단순해야 한다. 전문 용어로 ‘생산적 꾸물거림’이라고 하는, 행동 예시를 몇 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나만의 ‘꾸물거림 비법’ 예시]
· 물 마시기
· 장소를 이동하기(ex 화장실 다녀오기, 손 씻기)
· 크게 심호흡 3번 하기
· ‘흠’, ‘아…’와 같은 첫 마디를 정해 그것부터 하기
· 빠르게 잠자리에 들기
· SNS로 보내고 싶은 말을 일단 ‘나에게’ 보내 두기
· 나에게(또는 그에게) 하루만(또는 일주일만) 시간을 주기
· 중요한 이메일이나 문자 답장, 복잡한 결정을 하루만 미루기
· A 과제가 잘 안 될 땐 차라리 접고 일단 B 과제를 하기
[글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참 괜찮은 나』 외 다수 저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8호(26.07.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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