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이거였다. ‘내가 힘들 때 도움이 된 동료의 말은 어떤 것이었나?’ 1순위 응답은 무엇이었을까? 55%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정서적 지지’의 말들을 꼽았다.
동료의 정서적 지지의 말에는 구체적으로는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나는 너와 일하니 좋고 항상 고마운 걸” 등이 있다. 반대로 도움이 되지 않은 말은, “네 잘못이야”, “너보다 힘든 사람 많다”, “예전에 나는~” 류였다. 그렇다면 가족끼리는 어떨까? A회사에서 직원들 대상으로 ‘가족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54.9%로 1순위에 꼽힌 말은 “고생 많았어, 잘했어”였다. 이어서 “고마워, 네 덕분이야”(13.2%), “사랑해, 보고 싶어”(12.1%), “힘내, 할 수 있어”(12.0%), “괜찮아, 그럴 수 있어(5.3%6)” 순으로 나타났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위의 말들은 모두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3가지 말로 압축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가장 가깝고 중요한 사람에게 인정받고 격려받으며 안심하고 싶은, 인간 본연의 심리적 욕구를 함축하고 있는 말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어떠한가? 진심은 저 말에 다 담겨 있는데, 실상은 비난이나 부정, 충고나 조언으로 왜곡하여 표현하기 일쑤다.
고마움, 미안함 … 올바른 표현 방법은?
40대 차장 A씨. 그는 최근 80대 부친에게 자주 짜증을 내고 자책하게 되는 불편감을 토로해왔다. 알고 보니 A씨의 부친은 장남인 맏형과 함께 사는데, 형과 형수 모두 여러 사정으로 운전을 못 한다. 그러니 병원이나 어디 멀리 갈 일이 있으면 따로 사는 A씨가 운전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부친이 그렇게 형과 형수 욕을 한다는 거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그것도 자기 형제에 대한 욕을 듣는 게 영 불편하니 참다못해 “그들도 사정이 있는데 그만 좀 하셔라, 이제 포기할 때도 되지 않으셨냐!”라고 벌컥 짜증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A씨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괴로워하는 그를 그냥 내버려 둘 순 없는 노릇. 넌지시 이런 말을 건네 봤다.
“A씨가 짜증 날 만도 하네요. 그런데 그 뒤에 후회하는 마음이 크니까 방법을 좀 달리해서 다음엔 이렇게 한번 아버지께 말해보면 어떻겠어요? ‘아버지~ 제가 바쁜데도 시간 내어 운전을 도맡아 하니 고맙고 미안하신 거죠? 다음부터는 형이나 형수를 타박하는 대신 저한테 그 말을 직접 해주세요. 그럼 저도 아버지와 함께 운전하는 이 시간이 즐거울 거 같아요!’라고요.”
이 말을 들은 A씨의 눈이 순간 동그래졌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맞네요. 저희 아버지가 무뚝뚝한 옛날 분이고, 그런 표현을 잘 못 하시니 그렇게 돌려 말씀하신 거였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다음에 같은 상황이 와도 일단 제가 짜증이 덜 날 거 같아요. 한 번은 그렇게 말씀드려 봐야겠어요.”
바야흐로 ‘가족의 달’ 5월이다. 우리도 올해 만큼은 다른 말 다 제쳐 두고, 결국은 나도 듣고 싶고 하고 싶은 진심,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이 말을 전해보면 어떨까?
[글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참 괜찮은 나』 외 다수 저서) 일러스트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1호(26.05.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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