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본딩 장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딩 장비는 HBM에 들어가는 D램을 쌓아 올릴 때 하나로 엮어주는 장비다. 한화세미텍에 이어 LG전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한미반도체의 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생산기술원에서 HBM 본딩 관련 핵심 공법 및 장비를 개발할 전문가 채용을 하고 있다. 담당 직무는 본딩 장비 핵심 부품 개발 및 구조 설계, 반도체 장비용 ‘열관리 솔루션’ 설계, 고속·정밀 모션 제어, 정밀 알고리즘 개발 등이다. LG전자는 지난 6월부터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국책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채용은 고속 및 정밀 본딩 기술 내재화를 통해 사업 기반을 다지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현재 주력인 열압착(TC) 본더보다 업그레이드된 장비다. D램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단자(범프)가 필요 없어지는 만큼 HBM을 보다 얇게 만들 수 있어서다. TC 본더에 비해 전력 효율, 처리 속도, 배선 밀도도 높일 수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하이브리드 본더를 이르면 6세대 HBM(HBM4)에, SK하이닉스는 7세대 제품(HBM4E)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C 본더 시장은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한미반도체 독주 체제다. LG전자는 판을 뒤흔들기 위해 TC 본더를 건너뛰고 ‘하이브리드 본더’로 직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LG전자는 2028년까지 하이브리드 본더의 양산 검증(POC)을 완료하고, 2030년부터 사업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성장이 정체된 TV, 가전 등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 비중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본딩 사업에 눈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본딩 시장이 올해 1억9900만달러(약 2770억원)에서 2034년 약 7억1300만달러(약 9930억원)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LG전자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한미반도체뿐 아니라 한화세미텍도 본딩 시장에 진출해서다. 한화세미텍은 내년 초 2세대 장비 출시를 목표로 SK하이닉스와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