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화재지역 주택가 대부분이 잿더미가 되는 동안 일부 고급 건물이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를 입었던 데에는 해당 건물 소유주들이 고용한 사설 소방업체의 활약 덕이 컸다. 피해가 집중된 로스앤젤레스 부촌 퍼시픽팰리세이드의 유명 쇼핑몰 ‘팰리세이즈 빌리지’를 소유한 부호 릭 카루소는 인근 애리조나주의 사설 소방대를 부르고 개인 ‘물차’까지 동원해 건물에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부동산 부호 키스 와서먼 또한 7일 소셜미디어에 “돈을 얼마든지 내겠다”며 자신의 집을 지켜줄 사설 소방관을 찾는 글을 올렸다. 앞서 201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대형 산불이 났을 때도 당시 부부였던 방송인 킴 카다시안과 래퍼 카녜이 웨스트 부부가 사설 소방관을 고용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 사설 소방대 연합단체 ‘전미산불진압협회’에 따르면 미국 소방관의 약 45%는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에 고용됐다. 진화가 우선순위인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 소방관들과 달리 사설 소방인력은 고객이 지정하는 특정 건물을 보호하는 데 집중한다.
비용도 상당하다. 한 업체에 따르면 소형차 1대와 소방관 2인을 고용할 경우 일일 최소 3000달러(약 441만 원)가 든다. 소방차 4대와 소방관 20명을 고용할 때는 하루 1만 달러(약 1471만 원)가 필요하다. 다만 사설 소방업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이들 때문에 공공 소화전의 진화 용수가 고갈되는 등 공공 소방업무에 차질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한편 정확한 화재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위성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새해 전야 불꽃놀이와 폭죽으로 발생했던 불씨가 시차를 두고 대형 화재로 번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산불이 시작된 지점과 1일 소방당국이 출동해 화재를 진압한 지점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로스앤젤레스 시 당국도 연방수사국(FBI) 등과 협력해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산불 진화에는 여전히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13일 밤부터 다시 건조한 강풍이 불 것이라고 예보했다. 가뜩이나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진화 작업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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