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해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에서 취재기자들이 경찰에 공격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취재’ 표식을 달고 있었음에도 경찰의 공격 대상이 된 데 대해 국제 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언론 보도를 방해하고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9일(현지 시간) CPJ는 LA 시위 현장을 취재한 언론인 20명 이상이 공격당하거나, 취재 방해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6~8일 사이 LA에서 언론인 공격이 최소 27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CPJ에 따르면 영국 프리랜서 사진기자 닉 스턴은 플라스틱 탄에 다리를 맞아 응급수술을 받았다. 미 뉴욕포스트의 사진기자 토비 캐넘은 고무탄에 이마를 맞아 크게 멍이 들었다. LA 데일리뉴스 기자 2명은 경찰이 발포한 후추탄과 최루가스에 각각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로렌 토마시 호주 나인(9) 뉴스 특파원이 생방송 도중 경찰의 고무탄에 맞는 장면이 방영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미 행정부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CNN은 10일 자사 기자 1명이 구금됐다가 풀려났다고 했고, 뉴욕타임스(NYT)도 자사 기자가 고무탄에 맞아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공격받은 언론인들이 취재 중임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기자증을 착용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캐서린 제이콥슨 CPJ 미국 담당자는 “경찰 당국이 기자들을 의도적인 (공격) 타깃으로 삼은 증거”라며 “당국은 공익 문제를 기록하는 언론의 역할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전미언론클럽 마이크 발사모 회장은 10일 “경찰이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발사모 회장은 짐 맥도넬 LA 경찰국장에게 기자들이 시위를 안전하게 관찰하고 보도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 언론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거나 구금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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