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전차·대포 '폭풍 실적' 뒤엔…국산화 80% 방산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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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무기’의 귀환이 예고된 것은 지난해 2월이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일제히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중단에 서명하면서 재래식 무기 구매가 본격 시작됐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재래식 무기 부족이 EU 현안으로 떠오르면서다. 1991년 이후 유럽의 무기 재고를 절반 이하로 떨어뜨린 CFE의 효력이 끝나자 K방위산업은 날개를 달았다. 부품, 완성 무기에 이르기까지 저렴하게 즉시 공급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 공급망을 갖춘 곳은 미국과 독일을 제외하면 한국이 거의 유일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를 향해 방위비를 늘리라고 압박한 것도 세계 최대 전차 생태계를 구축한 한국 방산엔 호재였다.

◇ 전차·포탄 기업 실적 개선

그래픽=전희성 기자

그래픽=전희성 기자

CFE 효력이 중단된 지난해 1분기부터 K-9 자주포는 폴란드(3조4300억원), 루마니아(1조2420억원)에 차례대로 수출됐다. 내년엔 폴란드에 추가로 7조84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가 공급된다. K-2 전차도 지난해 폴란드(9조원), 루마니아(4조5000억원)에 수출된다. 2026년엔 폴란드에 대규모 수출 계약(21조1200억원)이 체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지난해 11조2462억원, 4조3766억원의 매출을 각각 벌어들였다. LIG넥스원도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27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수출 낭보가 이어지면서 포탄회사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 첨단 장비를 접목한 전자전 장비업체의 실적도 개선됐다. 전쟁 이후 요동치던 원자재값도 안정되자 수익성이 좋아졌다. 국내 유일의 포신(K-9·105㎜) 제조사인 현대위아는 지난해 방산 부문에서 전년 대비 55% 증가한 345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포탄 제조사인 풍산 방산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조1791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K-9에 쓰이는 155㎜탄 위주로 수출이 40% 이상 증가하면서다.

천궁, 현무, 현궁에 들어가는 유도탄 구동장치를 만드는 퍼스텍의 매출은 지난해 2073억원으로 19.7% 늘었다. 이 밖에 K-2와 K-9의 변속기를 제작하는 SNT다이내믹스의 매출은 지난해 19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36억원으로 212% 급증했다.

K-1 전차와 K-9 자주포 외에 한국형 구축함(KDX)·잠수함(KSS)의 엔진을 생산하는 STX엔진도 지난해 7246억원(전년 대비 14.9% 증가)의 매출과 422억원의 영업이익(123%)을 기록했다.

◇ 전자 장비도 장밋빛 전망

재래식 무기를 첨단화하는 필수 요소인 ‘전자전’ 장비의 수요도 늘고 있다. 지상 무기체계용 컴퓨터와 K-2 및 K-21 장갑차의 상황 전시기를 납품하는 코츠테크놀로지는 지난해 513억원의 매출(22.6%)과 88억원의 영업이익(216%)을 올리며 급성장했다. 빅텍은 LIG넥스원으로부터 전자전시스템 방향탐지장치 수주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매출 714억원(30%), 영업이익 18억원(흑자전환)을 올렸다.

적외선 센서를 공급하는 아이쓰리시스템의 영업이익은 2023년 12억원에서 지난해 14억원으로 소폭 개선됐다. 센서에 필요한 반도체 웨이퍼 가격이 2023년 대비 40% 뛰자 해외로 구매처를 돌려 원가 상승폭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항공기 분야는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경공격기인 FA-50과 초음속 전투기 KF-21를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대형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요국을 공략 중이다. 군용 항공기 설계 및 조립 업체인 켄코아에어로스의 지난해 매출은 861억원으로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항공기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주요 전투기를 생산하는 글로벌 방산업체의 공급망에 들어가는 게 국내 방산 중소기업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진우/원종환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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