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개발 기술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전됐다. 기술료 240억원에 2032년까지 누리호를 제작하고 발사할 수 있는 통상 실시권을 넘기는 계약이다. 우주발사체 전 주기 기술을 민간에 이전한 첫 사례다.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5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 기술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2023년까지 13년에 걸쳐 항우연 주도로 300여 개 민간기업이 참여해 개발한 우주발사체다. 국산화율은 95%에 달한다.
1t 이상의 실용급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국가는 이전까지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일본, 인도 등 6개국뿐이었다. 한국이 2023년 5월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일곱 번째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3~6차 반복 발사를 통해 기술과 노하우를 민간에 전수하는 누리호 고도화사업의 체계총괄기업으로 참여 중이다.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12월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확정된 뒤 기술 이전 논의를 이어왔지만 기술 이전비와 기술 이전 범위 등을 협상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2년8개월여 만에 협상이 타결됐다.
기술 이전 목록은 양측 협의에 따라 누리호 설계, 제작, 발사·운용 등 발사체 개발 전 주기 기술이 포함됐다. 관련 기술문서는 1만6050건에 달한다. 다만 누리호 발사대, 추진 및 엔진 시험설비 운용 및 시험 기술, 참여 업체별 고유 기술 등 누리호 제작과 관련 없는 기술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술 이전료는 이전 대상 기술 개발에 직접 투입된 연구개발(R&D)비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양측이 협상해 기술료 총액을 240억원으로 합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2032년까지 누리호를 직접 제작하고 발사할 수 있는 통상실시권을 확보했다.
우주청은 기술 이전 계약이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의 성공적 추진은 물론, 장기적으로 한국 우주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이번 계약은 정부의 우주산업 육성 의지를 다시 확인시키는 동시에 민간 중심 우주 시대를 여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