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감독들은 아시아 무대를 향한 광주FC와 이정효 감독의 도전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광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를 향한 도전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사우디 프로리그 챔피언 알 힐랄에게 8강에서 0-7로 참패를 당했지만, 구단 첫 ACL 무대 진출, 리그 스테이지에서의 돌풍, 16강에서 보여준 ‘기적’ 등 K리그를 대표했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적었다.
광주와 이정효 감독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이번 ACL 무대는 한국프로축구, 더 나아가 한국축구에 경종을 울렸다. 우리 모두가 K리그 우물 안에 갇혔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더 큰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광주를 통해 알게 됐다. 시작부터 차이난 ‘체급 차이’를 인정하게 됐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는 최근 몇 년 사이 유럽축구 중심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처음에는 황혼기 선수를 품는 듯했지만, 이제는 나이를 떠나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으며, 원하는 선수를 설득 중이다.
사우디 프로리그가 진짜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지난 2023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불화로 팀을 떠난 그를 알 나스르가 막대한 연봉을 앞세워 영입했다. 그 뒤를 이어서는 알 나스르의 라이벌인 알 힐랄이 파리 생제르맹에서 활약했던 네이마르 주니오르와 계약을 체결하며 오일머니의 위력을 보여줬다.
이후 카림 벤제마, 은골로 캉테, 파비뉴(이상 알 이티하드), 로베르트 피르미누, 리야드 마레즈, 프랑크 케시에, 에두아르 멘디, (이상 알 아흘리), 아이메릭 라포르테, 마르셀로 브로조비치, 사디오 마네(이상 알 나스르) 등이 파격적인 연봉 조건과 함께 사우디행을 확정했다. 대체로 30대 접어든 선수들의 합류였지만, 가브리 베이가(2002년생·알 아흘리), 모하메드 시마칸(2000년생), 존 두란(2003년생·이상 알 나스르) 등 젊은 선수들의 사우디 이적 또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광주를 상대했던 알 힐랄도 만만치 않다.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세르게이 밀렌코비치 사비치, 주앙 칸셀루, 헤낭 로지, 야신 부누, 후벵 네베스 등 프리미어리그와 라리가 등 유럽축구 중심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다. 알 힐랄은 광주전 무려 9명의 유럽선수를 선발 출전하며, 압도적 차이를 증명했다. 팀 가치 또한 21배다. 트랜스퍼마트 기준 알 힐랄은 약 2934억 원이고, 광주는 140억 원이다.
K리그는 동아시아 무대에서도 약세였다. 이제는 정말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명이 무색해졌다. 이번 싲즌 광주와 함께 울산HD, 포항스틸러스가 ACLE 무대에 나섰고, 전북현대가 챔피언스리그2(ACLT)에 진출했다. 이 가운데 울산과 포항은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토너먼트로 향하지 못했다. 산둥 타이산의 기권 이슈가 있었지만, 포항은 리그 스테이지 9위, 울산 10위로 일정을 마감했다. ACLT에 나선 전북은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8강에서 호주의 시드니FC에게 완패하며 탈락했다.
먼저 경쟁을 펼칠 동아시아의 상황 또한 서아시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코로나19 판데믹 후 이전만큼 ‘깜짝 영입’이 줄었지만, 경쟁력 있는 용병을 앞세우고 있고, 태국의 부리람 유나이티드, 말레이시아의 조호르 다룰탁짐 또한 자본을 앞세워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대 라이벌 일본은 이미 외국인 쿼터 무제한 정책과 함께 출전 제한 폐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현재 K리그의 외국인 쿼터 규정은 다음과 같다. K리그1은 6명 보유, 4명 출전, K리그2는 5명 보유, 4명 출전이다. 여기에 U-22 출전 규정까지 있다. 세계적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새로운 정책과 투자를 통해 K리그만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광주와 이정효 감독의 도전을 바라본 K리그 감독들 또한 같은 목소리였다. 대전하나시티즌의 황선홍 감독은 “아시아 벽이 더 높아졌다. 이정효 감독이 상당히 용기를 갖고 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수준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전술적으로 알 힐랄을 타개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경기였을 것이다. 더 많은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K리그가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서아시아와의 확연한 차이가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리그가 어떻게 경쟁력을 높여갈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구단뿐만 아니라 프로축구연맹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숙제다. 예전과 같은 성과를 만드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라고 했다.
제주SK 김학범 감독은 “과거 ACL 무대를 나가본 적이 있다. 이제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다른 경쟁 리그가 외국인 쿼터 제도를 무한으로 풀고 있다. 서아시아팀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사우디의 경우 사우디 국가대표 선수가 후보더라. 쉽지 않은 무대다. 거기에 투자까지 하고 있다”라며 “동남아도 마찬가지다. 조호르, 부리람도 한 두명의 선수를 빼면 자국 선수가 많지 않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FC서울은 ACLE 무대 기회를 얻었다. 광주의 탈락으로 ACLE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ACLT 결승전에서 라이언시티와 샤르자의 결과에 따라 본선 직행 가능성까지 열리게 된다. 김기동 감독은 광주와 이정효 감독의 도전에는 말을 아꼈지만, ACL 무대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김기동 감독은 “플레이오프로 향하면 라이언시티(싱가포르)를 상대한다. 우스갯소리로 ‘동아시아팀인데, 동아시아가 아니라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모두 외국인이다’라고 한다. 모두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가 무섭거나, 두려울 것 같으면 ACL 무대에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준비가 안 된것이다. ACL 무대에 맞게 팀을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 또한 준비해야 한다”라며 지원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광주와 마찬가지로 시도민구단으로 다음 시즌 ACL 무대를 누빌 강원FC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정경호 감독은 “ACLE 무대가 진짜 힘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팀들이 됐다. 엄청난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오니 격차가 너무나도 컸다. 광주의 도전은 멋있었지만, 인정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더라. 투자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정책과 제도 변화를 통해 K리그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시도민구단에게 ACL 무대의 상금이 희망이 될 수 있다. 우리도 ACL 무대 나가는데, 과거 한국과 일본이 강세였다는 생각을 버리고 임해야 할 것 같다. 강원 구단이 진출한 것만으로도 도전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큰 도전이 될 것 같다”라고 각오했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