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농촌진흥청 격인 네팔의 농업연구청(NARC)이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한국산 농기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종자 개발부터 농작물 수확·관리까지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농진청 해외농업 기술개발 사업(KOPIA)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지난 12일 크리슈나 팀시나 NARC 청장은 네팔 카트만두 현지에서 진행된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네팔은 농지 규모가 작은 데서도 쓸 수 있는 소형 농기계가 필요하다”며 “특히 고지대에서 쓸 수 있는 한국산 농기계를 빠르게 도입하고 싶다”고 했다. NARC는 정부 산하기관으로, 농업기술 전반에 관한 연구를 하는 동시에 정책 입안을 주도한다. NARC는 자국의 식량 생산량을 2030년까지 27~40%, 2050년까지 40~85% 증산하는 것을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팀시나 청장은 “농기계의 기계적인 우수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규정도, 농기계를 시험할 수 있는 인프라도 부족하다”며 한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연구목적의 농기계에 대해선 세금도 매기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팔은 수입 자동차에만 300%에 육박하는 관세를 매기는 대표적인 ‘고관세’ 국가다.
네팔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네팔은 전체 인구(2919만명)의 67%(약 1947만명)가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 중심 국가’다. 전체 국토 면적(1475만㏊) 중 농경지(296만㏊)의 비율도 20%가 넘는다. 농경지 중 산악과 구릉지대는 각각 7%와 37% 수준이고, 평야(테라이) 지대가 56%로 과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생산성은 낮아 2023년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4.1%에 그쳤다.
네팔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낮은 기계화율이 꼽혀. 팀시나 청장은 “테라이 지대는 땅이 넓고 경지 규모도 크지만, 기계화율은 50% 수준이고, 특히 이양기 기계화율은 20% 정도”라며 “트랙터 같은 농기계는 1년 내내 쓸 수 있지만 이양기는 모내기 철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팀시나 청장은 품종개발과 농작물 수확 후 관리 등 가치사슬 전반에 대해서도 KOPIA와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농업은 독립된 한 분야가 아니라, 전 분야에 걸친 하나의 시스템”이라며 “농업 생태계 전반을 개선해 농산물 자급자족을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네팔 카트만두=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